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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조 투입’ 美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또 유동성 위기…주가 47% 폭락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지점 전경. 퍼스트리퍼블릭은 39조원에 달하는 대형은행들의 유동성 지원에도 불구하고 예금이탈이 지속되며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금융 불안이 해소되며 중소은행 주가들이 안정세를 보인 가운데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주가는 47% 폭락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39조원 투입에도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휩싸였다.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로 금융 혼란 확산이 일단락되며 은행주 전반이 안정화된 가운데서도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하루새 반토막이 났다.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해결사로 나섰던 JP모건이 퍼스트리퍼블릭 지원 대책 논의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47% 폭락했다. SVB 위기로 금융 시스템 혼란이 시작된 지난 8일 종가와 비교해 약 90% 떨어진 수준이자, 역대 최저가다.

대형 은행들이 보낸 도움의 손길에도 퍼스트리퍼블릭을 둘러싼 예금주들의 불안이 줄지 않으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 16일 미 대형은행 11곳은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달러(39조원)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후 주요 신용평가사들의 신용 강등 조치와 함께 추가 지원 대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신뢰 회복에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S&P글로벌은 최근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으로 강등했다.

무엇보다 예금 이탈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 붕괴 이후 퍼스트리퍼블릭에서 인출된 예금이 700억달러(9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기준 퍼스트리퍼블릭에 예치된 총 예금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동성 투입 등의 노력이 투자자를 진정시키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주가 폭락으로 퍼스트리퍼블릭의 운명이 위태로워졌다”고 전했다.

불안 심리가 진정되지 않자 대형 은행들은 추가 대책 논의에 나섰다. WSJ에 따르면 JP모건이 은행 CEO들 간의 논의를 이끌고 있다. JP모건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하는 등 위기 ‘소방수’로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는 앞선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조율 등을 주도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안정화를 위한 대형 은행들의 추가 대책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퍼스트리퍼블릭의 자본을 늘리기 위한 투자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주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에 예치한 300억달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본투입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고려 대상이다.

지분 매각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NYT는 퍼스트리퍼블릭이 단기 채권 발행이나 기업 매각 등의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잠재적 인수자로 꼽혔던 한 대형 은행이 정밀 실사 후 인수를 포기했다면서 “대형 은행들이 다시 구세주 역할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은행들의 잇따른 구제조치 논의가 오히려 금융 패닉을 부추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막대한 유동성 투입에도 위기가 수습되지 않고 있다는 시장의 추측만 확산될 것이란 지적이다. 스리니바스 나마기리 전 도이체방크 임원은 “모든 것은 신뢰 게임이다”면서 “신뢰가 사라지면 해결책은 없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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