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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7년 역사의 ‘금융명가’ 크레디트스위스...왜 몰락했나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최대 은행 UBS에 32억3000만달러(약 4조2000억원)에 인수됐다. 사진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스위스 취리히의 거리에 붙은 UBS와 CS의 간판.[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스위스 2대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경쟁사인 스위스 UBS에 인수되며 167년 역사를 마감했다. 전 세계 직원 수가 5만명에 이르는 세계 9대 투자은행(IB) CS는 시가총액(17일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약 32억달러)에 매각되면서 글로벌 금융가에 충격을 던졌다. 위험한 투자, 리스크 관리 소홀, 갖가지 추문 등 예고된 결말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긴 CS가 다른 은행들이 자체 규제·관리를 강화하는 사이 오히려 고위험 투자에 몰두하고 스캔들 관련 소송에 시달렸다고 분석했다.

CS는 1856년 스위스 철도 시스템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됐다. 스위스 전력망·유럽 철도 시스템 구축에 대출을 제공했고 1900년대에는 중산층의 증가와 함께 소매 금융에도 진출했다. 1988년에는 미국 IB 퍼스트보스턴을 인수했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선정하는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에도 포함된다. CS의 2009년 시가총액은 미국 대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같은 승승장구가 오히려 CS에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WSJ은 “금융 위기 때 기사회생한 은행들은 과도한 위험을 안고 있는 IB 부문을 점차 줄였지만, CS는 오히려 이 분야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가 2021년 4월 불거진 ‘아케고스 사건’이다.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운용한 펀드 ‘아케고스’가 투자한 주식이 폭락하며 펀드에 돈을 댄 대형 투자은행이 손실을 봤는데, CS는 이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한 은행이다. 2020년 순이익의 2배 수준인 55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날렸다.

CS의 허술한 내부 통제를 보여준 추문도 수차례 터졌다.

2015년에는 CS 소속 은행원 파트리스 레스코드롱이 고객 서명을 ‘오려내기’와 ‘붙여넣기’하는 방식으로 부자 고객의 계좌에 몰래 접근해 돈을 빼내서 다른 고객의 손실을 막는 등 사기 행각을 벌였다가 적발됐다. 그는 2008년과 2011년, 2013년 여러 차례 회사 관리자들로부터 구두·서면 경고를 받았지만, CS는 그를 막지 못했고 그는 결국 2018년 유죄판결을 받고 2020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2년 2월에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전직 임원을 미행한 ‘스파이 스캔들’이 터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퇴했다. 2022년 6월에는 불가리아 코카인 밀수 조직의 돈세탁에도 연루됐다.

이처럼 그간 곪았던 상처가 곳곳에서 터지며 CS는 스위스 당국의 500억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에도 위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결국 최대 경쟁사 UBS에 인수되는 처지가 됐다. 한때 1조달러(약 1311조원) 이상이었던 CS의 자산은 현재 5800억달러(약 761조원)로 줄었고 이는 UBS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CS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위기에 빠져 인수가 전격 결정되기 전까지도 CS 경영진은 여전히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행동했다고 전했다. 당장 회사의 존폐가 달려있었지만 관리자들은 공청회를 열어 직원들의 불안을 달래려 했고, 투자자문 분야 직원들은 고객들로부터 유동성 우려에 대한 전화를 받고 상담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CS의 새 주인이 된 UBS는 앞으로 CS의 투자은행 사업을 축소하고 UBS의 ‘보수적 위험관리 문화’에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CS에 대한 자율적 구조조정 권한도 갖게 되면서 추후 직원이 1만명 가까이 해고될 것으로 추산된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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