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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합격→포기 KAIST에 왔다” 성공 보증수표 내던진 학생들
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KAIST에서 과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세 학생들. 양동연(왼쪽부터), 장지연, 김성원 학생.[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에서 수학의 즐거움을 알리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심 끝에 의대 진학을 포기했습니다.”(장지연 KAIST 수리과학과 2학년)

“고등학생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안정적 환경이 보장된 의대에 갔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처우가 직업 선택에 있어 큰 가치는 아니었고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진로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김성원 KAIST 23학번)

대한민국 우수인재들의 블랙홀이 된 의사. 공부 좀 한다싶으면 너도나도 의대 진학이 희망이 됐을 정도로 의사라는 직업은 부모님의 자랑이고, 신분 상승의 보증수표로 여겨진다.

의료계 쏠림 현상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생들도 의대를 가기 위해 자퇴를 하고 재수, 삼수, 자퇴 후 재입시를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이공계 학과는 공동화되고 있다. 실제 의사들의 평균연봉은 3억원을 훨씬 상회하지만 과학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박한 연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과학 연구는 물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KAIST 수리과학과 2학년 장지연 학생.[KAIST 제공]

대한민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의대를 합격하고도 힘든 과학자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카이스트(KAIST)에서 과학자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장지연(수리과학과 2년), 김성원(신입생), 양동연(수리과학과 2년) 학생이다. 장지연 학생은 지난해 의대, 약대를 동시에 합격했지만 KAIST 진학을 선택했다. 양동연 학생 역시 의대에 합격했지만 KAIST를 택했다. 김성원 학생은 치과대학을 다니다 재수를 통해 올해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이들은 도대체 왜 대한민국 사회 성공 척도인 의사를 마다하고 KAIST에 왔을까? 헤럴드경제는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해외에서 주로 생활한 장지연 학생의 꿈은 수학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입시에서 의대와 약대 동시 합격소식에 고민이 컸다고 한다.

장지연 학생은 “의대와 약대를 가지않으면 손해라는 주변의 인식이 컸었다”면서 “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내꿈을 실현하기 위해 KAIST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수리과학과에 재학중인 양동연 학생도 부모님과 친구들이 의대 진학을 권유했지만 수학을 공부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KAIST 23학번 김성원 학생.[KAIST 제공]

김성원 학생은 다니던 치대를 그만두고 재수를 통해 KAIST에 새내기로 입학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걱정이 많으셨다”면서 “하지만 경제적 처우가 직업 선택에 있어 큰 가치는 아니었고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진로를 바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로를 고민할 여유가 부족한 수험생들에게 사회 분위기는 대학진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의대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이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장지연 학생은 우리나라의 의대 쏠림 현상의 가장 근본적 원인으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적 처우를 꼽았다. 그는 “아무리 본인의 가슴을 뛰게 하는 분야가 있어도, 막상 고3이 되면 치열한 대한민국 입시 경쟁을 견뎌낸 자신에 대한 보상 심리로 의료계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면서 “이공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지원이 더 확실해진다면, 더 많은 상위권 학생들이 이공계인으로서의 꿈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원 학생은 이공계에 대한 기술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학, 과학에 대한 열정만으로 인재들을 붙잡아두려는 현 제도 아래서는 의대쏠림 현상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제공]

이들은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고3 학생들에게 돈이 아닌 자신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지연 학생은 “치열한 입시공부 때문에 생긴 보상심리는 잠시 재워두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원 학생도 “공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에 도전해가면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한다”며 “나 역시 나에 대해 알게되면서 내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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