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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00원짜리 도시락 망설여져서 울었다”…박봉에 ‘탈출’ 공무원 2만명
[123rf]

[헤럴드경제=박지영·박혜원 기자] “공무원이다. 우체국 다닌다. 퇴근길에 맘에 안 드는 4000원짜리 도시락 하고 그나마 좀 나아보이는 4500원짜리 도시락 두고 고민하다가 4000원짜리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사람 사는 건가 싶어서 울었다. 통장에 월급이라고 158만원 찍혀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청년들이 공무원 사회를 외면하고 있다. 한때는 높은 직업 안정성으로 청년들이 들어가고 싶은 직장 1위였다. 최근에는 대기업에 힘없이 밀렸다. 낮은 보수 때문이다. 경쟁의 문을 뚫고 들어온 이들도 질려서 떠난다. 지난 2021년 자발적으로 퇴직한 공무원은 2만여명에 달한다.

18일 인사혁신처가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행정안전부 국가공무원 의원면직자 현황’에 따르면 의원면직자는 2018년 1만694명에서 2021년 1만4312명으로, 33.8% 늘었다. 의원면직은 자발적 퇴직을 뜻한다. 지방직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의 연도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의원면직자 수가 3610명에서 5202명으로, 44% 급증했다. 2021년 퇴직한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수만 1만 9514명이다.

자발적 퇴직 증가세는 MZ세대가 견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입직 3년차 이하 퇴직자 수는 2018년 5166명에서 2021년 9881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4년간 공무원사회를 떠난 저연차 수만 2만9636명에 달하는 셈이다.

왜일까. 업계는 낮은 보수를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관계자는 “2018년만 해도 악성 민원에 대한 불만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급여 수당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다”며 “실제 그만 두는 사람 대다수가 급여가 적다는 이유를 들고 떠난다. 1명이 그렇게 떠나면 다른 조직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종로구지부가 최근 8·9급 공무원 1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보수 및 수당에 대한 불만이 77.9%로 가장 높았다(중복 가능). 그 뒤를 업무 종류 및 업무량(50.4%), 사무실·복지 등 근무환경(41.6%), 갑질·성희롱(13.3%), 직원·상사와의 관계(12.4%)로 꼽았다.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3년 공무원 월급은 1호봉 기준 9급 170만 800원, 8급 180만 5100원, 7급 196만 2300원 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에 도전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2023년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원서 접수 인원은 12만1526명으로, 전년에 비해 4만여명 줄었다. 2017년 지원자 수가 22만8368명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6년 사이 46.8% 급감했다. 사실상 반 토막이다. 7급 국가공무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원서 접수 인원이 2017년 4만8361명에서 지난해 3만3455명으로, 30.8% 감소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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