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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열음 “다시 모차르트, 좋았어요 집에 돌아온 듯한 자유”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 발매
우연의 기록...모차르트 생일에 첫 녹음
“매번 새롭게 만들어내는 음악 하고 싶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으로 돌아왔다. 손열음은 “ 모차르트 소나타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모든 감정과 표현을 담아낸 만화경 같았다”고 말했다. [파이플랜즈 제공]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돌아왔다. 칼럼니스트, 음악감독, 기획자....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인 그가 자신을 따라다니는 여러 수식어를 뒤로 하고 본업을 꺼냈다. 고전파 음악의 대표주자 모차르트와 함께다.

손열음은 프랑스 음반사 나이브 레코드와 전속 계약을 맺은 뒤 첫 결과물로, 오는 17일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낸다. 음반 발매와 함께 5~6월엔 서울, 원주, 통영, 광주, 고양, 김해 등 8개 도시에서 리사이틀 전국 투어도 진행한다.

음반 발매를 앞두고 최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만난 손열음은 “모차르트 음반은 완전히 우발적 녹음이었다”고 말했다.

우연은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손열음은 “지난해 플루티스트 조성현, 톤마이스터 최진 음악감독과 음반 녹음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다 예전 녹음 장소였던 통영국제음악당에 이틀 정도 시간이 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런 기회가 흔치 않아 모차르트를 녹음하게 됐다”고 말했다. 녹음을 시작한 날은 공교롭게도 모차르트의 생일(1월 27일)이었다.

손열음에게 모차르트는 ‘안식처’다. 그는 “모차르트는 내게 집 같은 곳”이라고 했다. 인연도 깊다. 지난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연주하며 2위에 올랐다. 이 곡은 현재 유튜브에서 210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클래식 팬들이 자주 들여다 보는 영상이다. 2018년엔 모차르트 해석의 권위자이자 영화 ‘아마데우스’의 음악감독인 지휘자 고(故) 네빌 마리너와 함께 모차르트 음반을 내기도 했다.

“모차르트는 저의 모국어이자 손과 마음의 중심에 있는 작곡가예요. 최근 몇 년간 새로운 레퍼토리를 많이 찾아다녔는데,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오니 집에 돌아온 것 같고 자유를 얻은 것처럼 좋았어요”

음반은 사실 소나타 한두 곡만 시도하려다 “‘전곡 녹음’을 해야겠다는 무모한 생각”으로 사고가 확장됐다. 손열음은 “방대한 분량의 전곡을 연주하며, 모차르트 소나타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모든 감정과 표현을 담아낸 만화경 같았다”고 말했다.

연주에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즉흥성을 살렸다. 특히 ‘다층적 음악’이라는 특징을 연주에도 담고자 했다. 손열음은 “모차르트는 모든 것을 내재하고 있어 손바닥 뒤집듯 슬픈 것 같다가도 기쁘고, 경쾌하다 싶다가도 깊은 이야기를 한다”며 “연주자 입장에선 순간순간 바뀌는 점이 재밌고 흥미로워 프리즘 같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 느낌을 음반으로 옮겼다. ‘고정된 해석’보다는 “연주하는 나 자신도 놀라게 하는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를 발견하는 연주”가 손열음이 추구한 결과물이다. 그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다”며 “누군가 고심해서 억지로 썼다기보다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음악”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그 점을 잘 살려 최대한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연주했다.

손열음은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적인 팔방미인으로 꼽힌다. 2018년부터 5년 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음악감독으로 역량을 보여줬다. 스스로는 “음악감독은 사실 젊은 연주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요즘 음악가는 누구나 스스로 프로그램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하기에 제가 한 일이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음악감독을 하는 동안에 음반 녹음은 더 활발히 했다. 2016년부턴 솔로부터 듀오까지 해마다 1장 이상의 음반을 냈다. 8년 간 10장, 그 중 7장이 2018년 이후에 나왔다.

“사실 어릴 땐 음반 녹음이 부담스러웠고, 공연장에서 느끼는 현장성과 생명력이 따라오지 않는 죽은 음반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죽고 난 뒤 남는 건 결국 음반이라는 생각에 음반 녹음에 점점 심혈을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음반을 녹음하다 보면 한 구간을 반복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작곡가들이 곡을 쓰는 과정과 비슷하고, 그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간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손열음은 다섯 살에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2002년 영재 과정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30년 이상 피아노와 함께 해오면서도 그는 “항상 피아노를 더 잘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연주할 때마다 늘 아쉽고,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이 높은 것도 있고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다 보니 흠모하는 연주도 많았고, 어떻게 하면 저런 연주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박하지만, 그는 “지금의 이 작업들로 살아있을 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담담히 말했다.

“세상을 떠난 음악가들의 음반을 접하다 보면 너무나 강렬한 느낌들이 남아요. 말이 아닌 음악으로 남긴 메시지가 갖는 불멸성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연주자는 살아서가 아니라 죽은 뒤에 뭔가 남기고, 평가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살아남는 음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그의 음악을 더 큰 길로 이끈다. 손열음은 “나이가 들어서도 과거의 경험에 기대서 하는 음악이 아니라 매번 새롭게 만들어내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엔 음악계의 흐름도 달라졌어요. 신진 작곡가를 독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흐름도 생겼어요. 백인 주류 사회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이외에도 성별과 인종을 막론해 여러 작품이 등장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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