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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지구적 비극은 심화된다[북적book적]
내가 누른 '좋아요'가 옆 자리 동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다르려면 인터넷 모뎀의 안테나에서 건물 공유기, 지하에 묻힌 구리관 등을 통해 통신 사업자의 기술적 공간 속에 들어가 다른 '좋아요'들과 합류, 데이터센터로 운반되야 한다. 이 여정을 다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 동료는 내가 누른 ‘좋아요’를 볼 수 있다.[게티이미지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자연 재해, 그리고 다양한 생태계의 변화는 인류의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고뇌를 더욱 깊어지게 하고있다. 특히 지속적인 온실가스의 배출이 인류를 재앙으로 이끌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은 각국의 정상들을 움직일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우리 정부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지난 2020년 12월부터 '전자문서및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시행, ‘종이없는 사회(paperless)’를 실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행정 업무의 디지털화가 오는 2050년까지 반드시 달성해야 할 ‘탄소중립’ 목표에 큰 도움을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의 생각처럼 디지털은 친환경에 도움이 될까.

‘디지털=친환경’이라는 대단한 착각

프랑스 다큐멘터리 PD인 기욤 피트롱은 그의 신작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를 통해 “디지털은 친환경적이다”는 세간의 통념을 산산히 깨부순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인류를 물리적 제한에서 해방시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디지털 세계가 지구를 구하거나 기후 위기를 타개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물리학적, 생물학적 한계 속으로 떠미는 장본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갈라파고스 제공]

실제로 ICT(정보통신기술)의 활용으로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기 보다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CT 기술을 위해 유통되는 340억 개의 디지털 장비들이 어마어마한 전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ICT는 세계 전기 생산량의 10%를 소비하는데, 이는 원자로 100대가 생산하는 전기량에 해당한다. 오늘날 전기의 35%를 여전히 석탄으로 생산하는 점을 고려하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4%는 디지털 산업 때문에 발생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산업의 전력 소비량은 해마다 5~7%씩 증가하고 있어 오는 2025년에는 세계 전력 총 생산량의 20%를 디지털 산업이 소비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ICT에서 배출하는 온실 가스가 세계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ICT가 남기게 될 탄소 발자국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디지털 기술로 물질에서 해방?!…오히려 더 물질적

디지털 산업이 많은 전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안테나와 광케이블, 데이터센터 등으로 이뤄진 대규모의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형의 디지털 행위는 '탈물질화'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오히려 더 물질적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실제로 내가 누른 '좋아요'가 옆 자리 동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다르려면 인터넷 모뎀의 안테나에서 건물 공유기, 지하에 묻힌 구리관 등을 통해 통신 사업자의 기술적 공간 속에 들어가 다른 '좋아요'들과 합류, 데이터센터로 운반되야 한다. 이 여정을 다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 동료는 내가 누른 ‘좋아요’를 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대표적인 디지털 기기인 휴대폰도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주범 중 하나다. 제조 과정에서 이미 금, 리튬, 마그네슘 등 50가지 이상의 원자재가 들어가고, 특히 스마트폰의 터치 기능을 가능하도록 전기 전도율을 유지시키는 흑연은 채굴 과정에서 인간과 환경에 상당한 악역향을 미친다. 스마트폰은 제조 과정에서만 제품의 생애주기 전체가 만드는 생태발자국의 절반을, 소비 에너지의 80%를 잡아먹는다.

인터넷도 무국적 공간되기 어려워

인터넷 네트워크는 이같은 거대한 하부구조를 가진 물질의 세계이다 보니 우리의 기대처럼 무국적 공간이 될 수 없다. 다국적 기업이 짓는 데이터센터나 해저 케이블 등은 지구 위 어딘가에 자리를 잡아야 하기에 세계 각국은 이런 시설이 지어질 때마다 주권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자국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를 노리는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정책이 대표적이다.

[게티이미지 제공]

저자는 디지털을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와 환경 문제가 이같이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디지털 기술이 마치 위기의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 온 ‘메시아’라는 착각을 우선 버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디지털은 실제로 우리를 본떠 만들어진 도구에 불과하며, 그렇기 때문에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우리가 하는 만큼만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을 즉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분 자신이 이 세계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변화가 되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처럼 의지 없이 기술만으로는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기욤 피트롱 지음/갈라파고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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