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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때리고, 중국이 밀쳐도…한국 기업 실력, 이 정도나 됩니다” [비즈360]
글로벌 경기 침체·공급망 위기 지속
어려움 딛고 국내 기업 ‘초대박 성과’

한국형 경전투기 FA-50의 모습. KAI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 FA-50 18대를 약 1조2000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군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김민지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병목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 관련 과도한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 견제를 펼치고 있고 이에 맞서 중국은 ‘산업 굴기’에 속도를 높이는 등 국내 기업들이 사면초가 상황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다.

이 같은 악재를 딛고 최근 국내 기업들이 굵직한 성과를 꾸준히 달성하며 ‘K-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을 측면 지원하기 위한 장단기 규제개혁과 투자 활성화 대책 등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4일 헤럴드경제가 한국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신규 수주와 기술 개발 상황을 분석한 결과 산업계에서 크게 주목할만한 결실 중 우선 ‘조단위’가 넘는 대형 공급 계약이 눈에 띈다.

송용진(왼쪽) 두산에너빌리티 전략혁신부문장과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경기도 분당두산타워에서 열린 ‘배터리 소재 리사이클링 사업 협력에 관한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배터리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L&F)는 지난달 미국 테슬라와 3조8347억원의 대규모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필수 소재로,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성능이 향상된다. 로이터는 “테슬라가 최근 배터리 생산 비용을 낮추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조선해양도 지난달 1일 유럽 소재 선사와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에 대해 2조5264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일 계약 기준으로 국내 조선업 사상 역대 최대 규모 수주다. 글로벌 탄소 규제로 노후선 교체 발주 주문이 밀려들면서 대규모 계약이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대형 수주’에 힘입어 한국 조선업계의 2월 기준 수주 규모는 경쟁국가인 중국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미포조선이 지난 2021년 인도한 메탄올 추진 석유화학운반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한국항공우주(KAI)는 지난달 말레이시아에 FA-50 18대를 약 1조2000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에서 이뤄진 단일 수출 가운데 최대 규모로, 18대를 추가 공급하는 2차 계약도 예정돼 있다. SK넥실리스는 오는 2024년부터 5년간 이차전지용 동박을 스웨덴 노스볼트에 공급하는 최대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대우건설은 리비아 멜리타 및 미수라타 지역에 가스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7억90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지난달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 기업 암바렐라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수주하면서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평가다.

암바렐라는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고성능 저전력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로, 삼성전자의 5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해 AI 성능이 전작 대비 20배 가량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CAGR) 13.4%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지원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억5000만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초과 수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하며, 지원금의 배당·자사주 매입 사용이 금지된다. 또 향후 10년간 중국 또는 관련 국가에서 반도체 설비를 증설하는 등의 신규투자도 제한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가이드라인 단계인 만큼 추가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의 경우 미국의 강공에도 불구하고 정부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 투자기금’은 자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129억위안(약 2조45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는 등 ‘반도체 굴기’를 다시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 KF-21에 장착된 국산 AESA레이더의 모습. 전면부에 고정된 1000여 개 작은 송수신 통합 모듈을 전자적으로 제어해 빠른 전자파 빔 조향이 가능해 넓은 영역의 탐지 및 다중 임무 수행 ,다중 표적과 동시 교전을 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기술 분야에서는 ‘K-방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5일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초음속 전투기 KF-21에 국내 최초로 개발한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하고 1시간 24분 동안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AESA레이더는 현대 공중전에서 전투기의 생존 및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최첨단 레이더로, 공중과 지상 표적에 대한 탐지·추적 및 영상 형성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미래 전투기의 핵심 장비로 꼽힌다.

현재 미국·일본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한 첨단 기술로, 당초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AESA 레이다 기술을 이전받으려고 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이에 한국은 지난 2016년 8월 한화시스템이 개발에 착수해 양산 1호기 기준으로 국산화율 89%를 달성했다.

또한 한화시스템은 최근 불법 드론을 탐지·추적해 그물로 포획하는 ‘안티드론’ 시스템 시연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 UAE(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2년 만에 개최된 중동 최대 국제무기박람회인 ‘IDEX(국제방위산업전시회) 2023’에서는 국내 29개 방산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다.

만점을 받은 현대모비스 에어백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의 경우 자체 기술로 개발한 ‘머리 회전 방지 에어백’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신규 충돌 안전 테스트 가운데 ‘머리 회전 상해(BRIC)’ 부문에서 만점을 받었다.

그밖에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유럽 노르웨이 공장에서만 굴절식 덤프트럭(ADT) 제품 1만대를 생산하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ADT는 광산과 채석장 등 험지에서 주로 쓰인다. 리튬 등 핵심 자원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쟁탈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유럽 노르웨이 공장에서 생산한 굴절식 덤프트럭(ADT)의 모습.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제공]

정부와 국회의 측면 지원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에서 국가전략기술 범위에 반도체, 2차전지 뿐만 아니라 미래차와 수소를 포함해 투자세액공제를 받는 업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개정안은 이르면 3월 임시국회 처리가 유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bigroot@heraldcorp.com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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