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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눈의 중국미술 슈퍼컬렉터, 중국의 현재를 말하다
스위스 출신의 슈퍼컬렉터 ‘울리 지그’
中작가 350여명 작품 2000여개 소장
5월 20일까지 ‘송은’서 중국현대미술전
송은문화재단은 스위스 출신의 슈퍼컬렉터 울리 지그의 소장품으로 구성한 중국현대미술전시를 개최한다. 사진은 ‘SIGG: Chinese Contemporary Art from the Sigg Collection’ 전시 전경. [헤럴드DB]

“2012년 M+뮤지엄 대규모 기증 전까지 나의 컬렉션은 중국 현대미술사의 모든 것을 수집하는 일종의 ‘백과사전식’ 컬렉션이었다면, 그 이후엔 내 취향인 작품들을 모았다.”

스위스 출신의 슈퍼 컬렉터 울리 지그(Uli Sigg·77)는 자신의 컬렉션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새롭게 추가된 작품은 벌써 600점을 헤아린다. “컬렉션을 끊기가 더 어려웠다”고 말하는 지그의 최근 수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송은’에서 열린다.

지그는 ‘현재의 중국 현대미술을 존재하게 한 사람’, ‘중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소개한 컬렉터’로 유명하다. 2011년 크레딧 스위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중국 작가 350여명의 작품 2000여 개를 소장하고 있다. 방대한 중국 현대미술 컬렉션의 출발은 ‘호기심’이었다. 그는 “1970년대 말 사업차 중국에 왔지만, 이동조차도 자유롭지 않았다. 중국을 더 잘 알고, 이해하고 싶었지만 당시엔 늘 누군가 나를 감시했다”며 “현대미술을 통해 사회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컬렉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울리 지그 (오른쪽) [헤럴드DB]

처음부터 작품을 다량으로 컬렉션 했던 것은 아니었다. 중국 작가들 작업실을 드나들며 1980년대 후반부터 한 두 점씩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꾸준히 사들였다”며 “원래 정부가 해야하는 일인데, 당시 그들은 관심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지그의 컬렉션은 ‘중국 현대미술사의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그 컬렉션 대부분은 홍콩 M+뮤지엄에 가있다. 2012년 자신 컬렉션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510점을 기증했기 때문이다. 당시 평가액은 1억7000만 달러(한화 약 2260억원). 그는 “처음부터 언젠가 중국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2010년쯤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미술관을 건축하는 등 예술 관리체계가 자리잡는 것을 보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가 홍콩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그는 “생각·예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 약속했고, 당시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M+는 현재 지그 컬렉션전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1월 미술관 개관 때부터 오는 7월까지 열리는 전시는 1970년대부터 동시대까지 중국 현대미술의 핵심적 흐름을 짚어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당시 기증했던 기준은 중국 현대미술사를 포괄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며 “전세계 어디에도 내 컬렉션만큼 중국 현대미술사를 잘 담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차례 대규모 기증 이후에도 컬렉션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중국 현대미술이 대상이다. 이 역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증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깊은 우려도 함께 있다. 그는 “한 곳에서 일관되게 관리하는 것도 좋지만, 홍콩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는 최근 중국 현대미술은 중국 전통미술을 바탕으로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거나, 반대하거나, 변용한다. 신(新) 소장품전을 기획한 큐레이터 베르나드 피셔는 ‘순수 회화-추상을 향하여’, ‘신체-여성의 복수’, ‘자연-축적’, ‘재료 이야기’ 등 섹션으로 나누어 지그의 컬렉션을 소개한다.

특히 여성 작가 작업을 소개하는 섹션에서는 중국에선 검열로 소개할 수 없었던 영상도 공개한다. 피셔는 “1980~90년대 중국 행위 예술은 남성 작가 위주”라며 “여기 작업들은 1980년대 출생 여성 작가들로, 남성들이 할 수 없는 것을 여성 신체를 활용해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여성작가들은 서구 미술 교육을 받아 레퍼런스로 서양 고전을 활용하지만, 여전히 중국적 색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큐레이터가 보기에 지그 컬렉션은 어떠할까. 600여 점의 소장품을 모두 살펴본 피셔는 “뛰어난 취향을 가지고 있다. 컬렉터라면 누구든지 소장하고 싶을만한 작업들”이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작업이 많다. 긍정적 의미의 불편함”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도 관객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 지그는 “중국 현대미술의 폭과 너비에 대한 이해가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와 사회 환경은 문화 예술에 영향을 미친다. 1세대 정치적 성향이 강했던 작가들이 1990년대쯤 자유가 생기고 나자 작업의 이유를 잃고 방황했다. 억압된 환경에서 태어나는 예술은 그 시대의 특징을 반영한다. 그것이 예술의 매력이다.” 전시는 무료. 예약 없이 입장할 수 있다. 5월 20일까지.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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