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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컨디션? 구속? 한국투수 제구력, 일본과 레벨이 달랐다 [WBC]
3회 김광현이 흔들리자 마운드에 모인 야수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이런 ‘참혹한 경기’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박찬호 KBS 해설위원)

어떻게든 해보자며 후배 선수들을 독려하고, 응원하던 대선배는 담담하지만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전력이 뒤지면 질 수도 있다. 강팀이 항상 이기지 못하는게 야구니까. 게다가 전력상 열세일 때도 항상 접전이 펼쳐지는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에 슬며시 기대어보기도 했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한국프로야구 투수들의 현 주소는 이날 3-14로 일본에 겨우 콜드게임을 면하는 수준이었다. 미국훈련지의 날씨 문제,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황, 뜻하지 않은 부상선수, 모두 이유가 될 수도 있다.

6회말 한국 투수 김윤식이 공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7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폭투로 1실점 한 한국 이의리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일본투수와 한국투수의 차이는 그런 일시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벌어져 있는 듯 했다.

일본 투수들은 평균 구속 150㎞를 넘지 않는 투수가 없을 만큼 기본적으로 구속이 빠르다. 그러나 140㎞를 던지는 투수도 원하는 로케이션에 볼을 던질 수 있다면 싸움이 된다. 박찬호 위원이 9회까지 내내 강조한 것도 그것이다. 볼이 빨라서 상대를 잡는게 아니라 제구력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한국의 투수들은 직구와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타자를 요리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채 안맞으려 도망다니고 변화구로 유인하기 바빴다. 제구가 안되니 변화구가 가운데로 밀려들어가면 이 보다 더 좋은 배팅볼이 없었다.

특히 각 팀의 선발투수나 마무리를 맡고 있으면서도 타자 하나 잡지 못하고 강판당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다.

반면 일본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제구력이 뛰어났다. 구속도 빠르지만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기에 유인구도 위력을 발휘했다.

일본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과 자신의 여러 구종을 활용해 한국타자를 상대했지만, 한국 투수들은 자신있게 직구로 카운트를 잡거나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던지는 선수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김광현 원태인 박세웅 정도가 싸움이 됐다. 일본 타자들은 빠지는 볼은 골라내고 들어오는 공만 공략하며 편하게 경기를 펼쳤다.

벤치의 선수기용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선발 후보로 점찍고 데려온 구창모가 컨디션 난조로 쓰기 어려웠다지만 나올 투수가 없어서 결국은 등판시켰다.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좌타자들이 나올 때 내보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원중과 정철원은 이번 주 연습경기 포함 4차례나 등판을 시켰다. 긴장감이 극에 달한 일본전에 지친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다음 경기 선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강철호에게 10일날 가장 중요한 경기는 일본전이었다. 일본을 이겨야 뒤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제구와 구위를 갖춘 박세웅을 적당한 상황에 투입했다면 13점이나 주지 않았을지 모른다.

호주전에는 일본전을 위해 힘을 아꼈고, 일본전에는 다음 경기를 위해 또 힘을 아꼈다. 사실 이 2경기로 한국의 운명이 갈리는 것이 WBC였다. 144경기를 치르는 국내리그 경기가 아닌데 한국의 벤치는 오늘이 아닌 내일을 대비하다 오늘도 그르친 셈이다.

일본은 강하다는 것을 부인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강해서 우리가 졌지만, 우리가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뜻이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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