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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천당 밑에 분당 시즌2?…특별법 공개 한달 들썩이는 분당 [부동산360]
'1기 신도시 큰형님' 분당 부동산 가보니
특별법 기대?…매매 거래·매물 모두 늘어
“한달전 급매 다 빠져…집주인 호가 높여”
“투자 수요 많은 구축 소형은 현금 수준”
다만 급매 위주 거래에 매매 가격은 하락”
“특별법 통과하더라도 첩첩산중…기대감↓”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주공4차 전경. [고은결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두 번이나 언급했잖아요.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걸었고. 지금 분당에 그런 여파가 있어요. 가장 오래된 시범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움직임이 번져나갈 거예요.”

지난 9일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한 대로변에 걸린 분당재건축연합회 명의 현수막에는 '분당 모든 단지의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지지하고 촉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1기 신도시 중 큰 형님 격인 분당은 국토교통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표한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며 노후 단지를 위주로 아파트 매물과 매매 거래량이 늘고 있다.

분당 아파트는 평균 용적률이 200%에 달하는데, 특별법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및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늘려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일부 단지는 급매물이 자취를 감추거나, 기대에 부푼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한편에서는 호가를 높여도 매수세가 붙지 않고, 하락 거래가 발생하는 등 특별법 발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53건에서 올해 들어 1월 119건, 2월 160건으로 늘었다. 분당 아파트 매매 거래는 지난 10월부터 다섯달째 증가세다. 특히 지난달 분당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5월(165건) 이후 최대 수준이다. 매매로 나온 아파트 매물은 지난 1월 1일 3104건에서 이달 10일 기준 3863건까지 늘었다.

분당 아파트 거래는 노후신도시 특별법 발표 영향 등에 힘입어 재건축 연한 30년을 앞두거나 넘긴 구축 단지들이 이끌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새해 들어 분당구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지는 무지개5단지청구(14건), 한솔마을주공4차(12건), 시범한양(11건), 푸른마을(9건), 장미8단지현대(8건) 순이다. 모두 1990년대 초반 지어진 연식 30년 안팎의 아파트다.

서현동 시범단지 내에 시범한양아파트의 재건축추진위윈원회 발족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고은결 기자]

현장에서는 노후신도시 특별법에 확실히 재건축 훈풍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미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국토부 장관이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두 번이나 언급하고, 대통령도 공약으로 1기 신도시를 내걸었다”며 “지금 그런 (재건축 기대감) 여파가 분당에 있다. (준공이) 가장 오래된 시범단지부터 중심으로 번져가며 재건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대감에 진입 장벽이 낮은 소형 평형은 급매 물건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올 들어 분당에서 가장 많이 매매 거래된 무지개5단지청구 아파트와 관련, 오리역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한달여 전만 해도 매수자 우위였는데 6억원 초반대 급매가 다 빠지며 전용 58㎡은 7억원 밑으로 가기 힘들다”며 “지난달 물건을 내놓은 집주인은 9억원대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정자동의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소형 평형(50~61㎡)으로 이뤄진 한솔마을 주공4단지는 투자자들 수요가 많은 단지”라며 “내년에 준공 30년이 되면 호가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분당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서현동 시범단지 인근의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특별법까지 발표되며 소형 매물은 거의 현금 수준”이라며 “물건이 나오면 보러오는 이들이 많아 금방 거래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분당 집값은 하락폭을 오히려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급매물 위주로 빠지며 하락 거래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3월 첫째주 0.47% 하락해, 전주(-0.4%) 대비 낙폭이 커졌다. 호가에 매수세가 붙기는 커녕 최고가 대비 40% 이상 빠지는 하락 거래도 발생했다. 1994년에 지어진 이매동 이매삼성의 전용 127.8㎡는 지난 4일 10억원(1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 18일 기록한 최고가 17억원(13층) 대비 7억원 내린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분당 부동산 시장에서 특별법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는 측면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직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았고, 통과 이후에도 특별정비구역 지정 등을 거쳐야 한다”며 “그저 특별법 발표에 따른 기대감에 유입되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특별법 구상은 나왔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고, 재건축 사업 기간이 길다는 것을 수요자들이 인식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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