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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영대의 현장에서] 돈 ‘많이’ 벌면 부담인 정유사?

올 초 정유사들은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해 직원들에게 상당한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것이 이유다. 야당은 고유가로 서민이 고통을 겪을 때 이득을 봤다는 이유로 정유사들이 ‘횡재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당한 규모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할 때마다 정유사들은 늘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정유사 사이에서는 “높은 실적을 달성할 때 두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적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면 대중의 비판을 받고, 여론을 의식해 성과급 규모를 줄이면 직원들로부터 비난받아서다.

다른 업종도 높은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비난이 몰리는 것에 대해 정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7% 상승한 LX인터내셔널은 전 직원에게 기본급의 평균 800% 선에서 성과급을 줬다. 다른 종합상사도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두둑이 지급했다. 최근 반도체시장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직원 격려 차원에서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풀었다.

유독 실적이 높을 때마다 정유사가 비판받는 이유는 ‘쉽게 돈을 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일 때 기름을 비싸게 팔아 막대한 이득을 남긴다는 것이다. 일부는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판매에만 몰두할 뿐 투자, 신사업 확장에 소홀히 한다고 생각한다.

정유사 실적이 유가 흐름에 좌우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유사들이 돈을 ‘누워서 떡 먹기’처럼 벌까. 오히려 유가 흐름에 따라 실적 압박을 받기도 한다. 2020년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가 저유가, 코로나19 등 악재로 기록한 영업손실액만 5조원에 달할 정도다.

유가 불확실성을 딛고 정유사들은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자 설비투자를 과감히 단행하고 있다. 투자에 들어가는 금액만 조 단위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친환경 시대에 일찌감치 대응하고자 설비향상에 신경 썼다.

상당한 투자를 통해 생산되는 석유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570억3700만달러(약 74조원)다. 2012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품목 중에서 석유제품보다 높은 수출액을 기록한 건 반도체가 유일하다.

최근에는 친환경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제품 생산을 확대해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2년에 직접 탄소배출량 4억8000만t과 동일 규모로 탄소를 감축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그룹의 수소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블루수소 등 친환경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해묵은 일방적 비판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에 맞춰 변신하는 정유업계의 도전에 주목할 때다. 동시에 정유사들도 사회공헌 등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야 높은 실적을 달성한 성과가 왜곡되지 않을 것이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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