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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귓속에 엄마가 있어”…20대 딸, 야쿠르트 카트 몰게 된 이유는?
hy ‘모녀 프레시매니저’ 최옥희·이소현씨 인터뷰
경기 안산 hy 경서지점 안산영업소의 ‘모녀 프레시 매니저’. 최옥희(56) 씨와 이소현(29·오른쪽) 씨. [hy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따로 또 같이 일하는 거죠. 계단을 오를 때, 걸을 때 통화하면서 ‘내 귓속에 엄마가 있어’라고 말하는 딸의 말에 한참 웃기도 했어요.” 전화기 너머였지만, ‘엄마’의 밝은 목소리에서는 진심이 드러났다. 엄마는 딸의 동료이자 선배가 됐다. “매일 직장에서 딸을 보는 것이 또 하나의 낙(樂)이 됐다”는 엄마의 목소리에서 기쁨이 뚝뚝 묻어났다. 경기 안산 hy(옛 한국야쿠르트) 경서지점 안산영업소의 ‘모녀 프레시 매니저’ 최옥희(56) 씨와 이소현(29) 씨 이야기다.

6일 헤럴드경제는 서로 닮아가는 두 사람을 전화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딸 이씨는 약 반 년전쯤 우연히 어머니 최씨를 따라 hy의 전동 카트, ‘코코’를 몰게 됐다. 결혼 후 건강 문제로 7년간의 간호사 생활을 접고 쉬고 있던 지난해 10월이었다. 그는 엄마 최씨로부터 “급하게 코코를 운전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합류하기로 한 신규 프레시 매니저가 갑자기 그만뒀다는 것이다. 이씨는 아르바이트 겸 가벼운 마음으로 프레시 매니저 일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에 걸렸던 이씨는 이때부터 하루 3~4시간 hy 배송 일을 하며 다시 바깥바람을 쐬기 시작했다. 영업소를 출발해 계단을 오르고 걸으며, 비대면으로 야쿠르트 등 물품을 배달하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는 녹았던 근육의 상태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느꼈다.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최씨는 “딸이 희소병에 걸린 경험이 있어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같은 영업소에서 결혼한 딸을 매일 볼 수 있어 좋다”고 털어놨다.

루푸스 앓던 딸, 배송 일 하며 건강 회복…“결혼해서도 매일 보니 기뻐”
경기 안산 hy 경서지점 안산영업소의 ‘모녀 프레시 매니저’. 최옥희(56) 씨와 이소현(29·왼쪽) 씨. [hy 제공]

어머니 최씨는 약 20년 동안 배송을 한 베테랑이다. 영업점 1등에게 수여되는 세일즈퀸도 2회, 건강기능식품 판매왕 1회 각각 수상했다. 우수 성과자를 대상으로 hy가 보내주는 해외 연수도 다녀왔다. 아파트 중도금을 마련하고자 시작했던 프레시 매니저 일은 시간 관리가 자유롭고 상대방과 서로 좋은 관계로 만난다는 점에서 스트레스가 없었다고 했다. 딸 이씨에게 필요했던 직업의 모습이기도 했다. 일하면서 살림하고, 개인 시간이 필요했던 그는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어머니와 시간도 함께 얻게 됐다고 했다.

‘발주 깜빡’ 실수도 닮은 모녀…“엄마와 수다 떠는 ‘직장 말동무’ 됐죠”

이씨는 “직장에 엄마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의지도 되고 힘도 난다”며 “홀로 배송할 때 엄마와 통화하는 일이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와 딸, 두 사람은 배송 중 자주 통화로 수다를 떨며 서로의 ‘말동무’가 돼 줬다. 물론 함께 일하는 부담도 없지는 않다. 이씨는 “먼저 (내게) ‘최 매니저님 딸 아니냐’고 질문을 받을 정도로 엄마가 지점마다 두루두루 아는 분이 많다”며 “엄마가 잘한 만큼 (나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고 웃었다.

두 모녀는 실수하는 모습도 닮았다. 딸 이씨는 “예전에 (물품) 발주를 잊어버린 적이 있다. 엄마와 서로에게 ‘깜박하면 안 된다’고 챙겨줬는데 엄마랑 나, 두 사람만 깜빡해 대리점에서 한바탕 웃은 적도 있다”고 지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씨는 “(젊어서인지) 적응이 빠를 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많이 배운다”고 했다.

“시간관리 자유, 장점…‘세일즈퀸’ 마당발 엄마처럼 해외연수가 목표”

어머니가 하는 일을 함께 하게 된 딸은 밝아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씨는 “지금은 근무시간이 적어 100만원대 수입을 벌고 있지만, 엄마가 매출을 4~5배 키운 것처럼 나도 매출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씨는 지인, 친구 등 또래들에게도 프레시 매니저 일을 적극 권유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돈을 벌면서도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워 시간과 경제활동이 동시에 필요한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며 “같이 목표 매출을 달성해 해외 연수를 가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천천히, 침착하게, 자신의 속도로 나아가는 이씨에게서 최씨에게 느꼈던 침착함이 묻어났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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