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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홍칼럼] 기업은 상생 경영하고, 여야는 협치하라

한국 정치사에서 지금처럼 여야 간 극단적 대립이 장기화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9일이면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만 1년이다. 그런데도 아직 대선 과정의 경쟁의식이 정부와 여야를 지배하고 있다. 경쟁의식보다 더한 증오와 적대감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수출이 5개월째 줄면서 무역수지가 1년 연속 적자 행진으로 경제위기에 봉착했다. 1998년 IMF 관리 사태보다 더 어려운 고난이 닥칠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가 하면 남북 대화는 실종됐고 한반도 평화가 전쟁 불사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의 계속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한국과 미국은 13~23일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을 예정해 놓았다. 미국의 가공할 최신예 무기들이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다. 한반도가 화약고 수준을 넘어 화산 폭발 단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총체적 국가위기에 대처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정치의 사명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 그런 정치가 부재 상황이다. 여야가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협력의 정치를 외면하는 것 자체가 위기다.

정권교체 후 정치적 변화와 충격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간에 큰 차이가 있다. 대통령제 아래서는 ‘현대의 군주’라 불리는 대통령에게 권력 집중 현상이 심하고 정당보다도 1인 리더십이 강하게 표출된다. 대통령제에서 정권교체 후 흔히 ‘승자독식 패자전몰’ 모양새가 되는 것도 그래서다.

2001년 초 대통령에 취임한 조지 W 부시는 전임인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클린턴은 절대 안 돼’라는 뜻의 ‘ABC(Anything But Clinton)’라는 용어가 회자됐다. 그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묵살하는 ‘ABO(Anything But Obama)’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두 경우 모두 정책 차이보다는 대통령 개인의 감정이 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곤 했다.

의원내각제의 경우 정권교체가 그다지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의회 다수당이 맡는 총리가 1인 리더십보다는 소속 정당 내 정치적 역학관계에 상당한 정도로 예속되기 때문이다. 여야 협치와 연정의 모델은 독일과 영국이 발전시켰다. 세계2차대전 후 서독에서 나치당 출신 쿠르트 키징거 총리의 기민당과 반(反)나치 투사 출신 빌리 브란트 총리의 사민당이 큰 협치로 대연정을 수립했다. 이는 브란트가 키징거에게 반나치 적대감을 표출하지 않고 대승적으로 협치에 나서서 가능했다. 그 후 브란트는 다른 정당과 세 차례에 걸쳐 연정을 성사시키면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동방 정책을 확립하고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닦았다.

또 하나의 큰 협치모델은 영국 노동당과 보수당이다. 세계2차대전 후 특히 서민생활이 피폐해지자 노동당 내각은 전 국민 사회보장 정책을 수립했다. 정권교체 후 보수당 내각은 자신의 자유주의 시장경제 이념과 거리가 있는 사회보장 정책을 그대로 계승했다. 그 후 마거릿 대처 총리는 영국병 치유책이라며 강력한 노동조합 통제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대처 이후 들어선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 내각 역시 자신의 전통적인 노조 친화적인 정책으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계승했다. 국민 지지를 받는 공공 정책의 초당적 계승으로 양대 정당 간에 협치가 정립된 ‘브리티시 컨센서스(British Consensus)’ 전통이 세워진 것이다.

독일과 영국에서 2차대전 후 국민생활이 피폐해진 상황에서 그랬듯이 총체적 국가위기에 맞닥뜨린 한국에 시급한 것이 여야 간 협치가 아닐 수 없다.

전통적 민주주의를 보완한 것이 숙의민주주의라면 오늘날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협치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경제위기에 기업들은 상부상조 정신으로 고통 분담하는 상생 경영을 해야 한다. 국가위기에 대처해야 할 더 큰 사명 앞에서 여야는 협치해야 한다. 대화와 협력의 협치민주주의로 ‘코리안 컨센서스’ 전통을 세우기를 바란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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