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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제4 이통사’ 관철할 수 있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높은 통신요금의 원인을 통신 3사 과점 체제로 지목하면서 해묵은 과제인 제4 이동통신사 선정이 다시 시도될 모양이다. 박운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2일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 토론회’에서 “앞으로 정부는 주파수 이용, 초기 망 구축 투자비용,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신규 사업자 진입장벽 요소를 적극 제거·완화해 시장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외국인 투자 유치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이동통신의 외국인 지분은 49%로 제한돼 왔는데 이를 풀어서라도 활발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2008∼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통신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진출한 사례는 총 19건이다.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며 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요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게 KISDI의 판단이다. 경제 규모에서 한국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 통신 3사의 과점 체제에서 제4업체의 진입으로 시장이 변화한 프랑스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신규 진출한 사업자는 주파수 할당부터 설비 구축까지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가 2010년부터 7년에 걸쳐 새 사업자를 허가하려 했지만 사업계획이나 자금 조달의 구체성이 떨어진 탓에 번번이 불발에 그쳤다. 지금도 제4 이통사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는 대형 플랫폼업체와 게임사, 유통 대기업, 금융지주 중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이 없다. 그래서 정부가 규제 빗장을 풀어서라도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한국 통신시장은 이미 가입자 수에서 포화 상태다. 인구 100명당 가입자가 140.6명(2021년 기준)이다. 미국(107.3명) 영국(118.6명) 중국(121.5명) 등을 크게 웃돈다. 한국보다 많은 국가는 일본과 러시아 정도다. 이렇다 보니 국내 통신 3사 매출(합산)은 2014년 정점을 찍고 정체 상태다. 이런 시장환경을 알고서도 천문학적 투자에 선뜻 응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프랑스 등 OECD 몇몇 국가의 제4 이통사 성공 사례를 일반화해 시장 환경이 다른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인 것이다.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통신 3사 체제가 문제의 근원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과점을 깨면 일시적으로 통신비는 내려갈 수 있지만 과당경쟁이나 투자 지연이란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어느 하세월에 될지 모를 제4 이통사보다 요금제 선택폭을 확대하는 실질적 가계통신비 절감대책을 서민은 더 목말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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