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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공정과 상식의 가치 정립은 공직인사에서부터

‘공정과 상식’, 윤석열 정부의 우선적 가치다. 하지만 이따금 언론에 회자하는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단면들로 인해 빛이 바래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자녀 학폭과 관련된 일로 새 정부의 인사 검증 문제가 여론의 질책을 받게 되면서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기울이는 각고의 노력에 적잖은 흠결이 되고 있다. 이참에 탁상머리가 아니라 시장에서 작동하는 ‘실용’적인 공정, 국민이 납득하는 상식의 가치를 제대로 세워보면 어떨까.

필자가 경험한 일화 하나. 수년 전 모 정부기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해외에 파견할 전문가 선발 과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었다. 당시 해당 직역의 인기가 대단해서 지원 경쟁률도 상당히 높았다. 필자를 포함한 면접위원단에서 지원자들을 상대로 전문성과 어학 능력 그리고 인성 수준을 평가했는데 한 지원자는 모든 면에서 낙제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무엇보다 어학면접을 담당했던 외국어대 교수 신분의 면접위원이 ‘나라 망신시킬 일 있나’라는 혼잣말로 혀를 찰 정도의 자격 미달이었다. 심사위원회에서 해당 기관에 추천한 3배수 명단에조차 들 수 없었음이 당연했다. 그랬던 그 사람이 최종 파견자가 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역시 수년 전 일이다. 모 정부 부처가 현직 고위 공무원을 산하 전문기관의 장으로 앉히기 위해 온갖 술수를 쓴 것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해당 기관 이사회의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선임된 원장 후보자의 승인을 ‘보류’ 조치하는가 하면, 자기 식구가 후보자에서 탈락하자 재심의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응분의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며 협박성 언사도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후보에서 탈락한 현직 공무원을 재응모케 해 끝까지 자기 식구를 선임시키려 했다는 게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전직 여러 수장이 기소됐던 또 다른 부처의 과거 행태는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해당 부처는 산하기관의 고위직에 현직 공무원을 퇴직시켜 내려보냈다. 그런데 그 자리는 줄곧 자신들의 ‘현직’ 고위 공무원을 응모케 하고 퇴직시켜 임명해 왔다. 더 큰 문제는 그 사람들이 임기 중 자퇴해 또 다른 산하단체의 수장으로 옮겨가기를 되풀이한 것이다. 퇴직 후 2년간(현재는 3년)은 퇴직 전 5년간 속했던 부서업무와 관련된 기업이나 단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을 피하려 산하기관으로 우선 자리를 옮긴 뒤 법망을 피할 수 있는 2년 후에 다시 산하단체의 장으로 옮기는 편법을 쓴 것이다.

이런 일은 사실 특정 시기, 부처나 기관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인터넷에 ‘낙하산 인사’가 넘쳐나고 국정감사나 사정기관의 지적과 시정 조치를 받았다는 기사들은 많은데 그런 행태가 바로잡혔다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작 당사자들은 그러한 비정상을 그저 관행의 하나로 치부하고 문제로 여기지 않아 왔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기대하는 국민적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전문기관이나 공기업 인사에서부터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조만간 다양한 개혁으로 성숙한 인재 영입 체계가 정착돼 유능한 공직자들이 적재적소에서 국민의 공복으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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