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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수본부장 하루 만의 낙마, 인사검증 왜 이리 부실한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아들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논란이 된 정순신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을 취소했다.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내정된 지 하루 만에 낙마한 것이다. 애초부터 3만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총지휘하는 자리에 굳이 검사 출신을 앉혀야 했냐는 비판이 일었는데 결국 자녀 학폭 문제에 걸려 뜻을 접은 것이다. 최근 드라마 등으로 민감해진 학폭 이슈를 건드린 인선을 그대로 강행했더라면 여론이 더 크게 악화됐을 텐데 신속히 잘못을 인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 해도 5년 전 언론에 알려진 학폭 문제를 걸러내지 못한 부실 인사 검증 책임소재는 반드시 가려야 한다.

정 변호사 아들은 2017년 유명 자사고에 다니며 기숙사 같은 방 동급생에게 8개월간 ‘돼지××’ ‘빨갱이’ 등 언어폭력을 가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는 학폭이 명백하다며 강제 전학 처분을 내렸지만 정 변호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적 전문성을 동원해 소송으로 맞섰다. 정 변호사 아들은 대법원이 학폭을 인정할 때까지 학교를 계속 다녔고 정시로 서울대에 진학했다. 반면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진정한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자신의 영향력을 총동원해 자식의 허물을 덮기에 급급한 인물에게 공정과 정의가 본령인 범죄수사의 사령탑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 변호사의 인사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에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가 이 문제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자녀 학교생활기록부 등은 인사 검증자료가 아니어서 사전에 거르지 못했다”고 했다.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다. 이 사건은 2018년에 이미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정 변호사 실명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고위직 검사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 연유로 검찰 내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찰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대통령실 등 인사 검증 단계를 모두 무사통과했다.

이미 드러난 흠집도 잡아내지 못한 인사 검증에 ‘제 식구 감싸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 변호사는 한동훈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윤 대통령과는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있다. 대통령실의 인사기획관과 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등 인사·검증 라인은 모두 검찰 출신이다. 이러니 한솥밥을 먹던 정 변호사에 프리패스권이 주어졌다는 야당의 비판이 정치 공세로만 들리지 않는다. 검사 출신 편향의 인사 검증 라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토대로 검증 시스템에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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