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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상의 현장에서] 월례비 2억, 초라한 나의 월급통장

한 명이 1년 동안 받은 월례비가 2억 2000만원. 눈을 의심했다. 취재를 통해 직접 듣기 전까지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취업을 걱정하는 청년들, 하루하루 돈 몇만원을 벌기 위해 성실하게 아르바이트로 삶을 버텨내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허탈함 그 자체의 금액이다. 내 월급통장마저 부끄럽다. 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평당 공사비 몇십만원에 웃고 우는 조합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좁디 좁은 타워크레인의 공간에서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코자 절실하게 파업을 이어왔던 그간의 광경까지 뇌리를 스치자 이들에게 과연 진정성이란 것이 있었을까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노조원 중 다수가 건설업체에 관행적으로 월례비를 요구하고, 수용되지 않을 경우 태업을 하거나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출입을 막는다고 한다.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노조라는 이름의 깡패. 서울 A현장에서 신고를 하면 경기도 B현장, 부산의 C현장까지 복수를 하니 답이 안 나온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야말로 적대적으로 바뀐다. 지지율지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에 대해 강력한 대응에 나서자 이를 환영하는 반응이 잇따른다. 노동자는 사용자에 비해 약자의 지위라는 기존의 프레임은 완전히 뒤집혔다. 진보 정부 아래 ‘우상향’하던 노조의 지위와 기세 또한 크게 꺾였다는 반응이다.

월례비 요구 시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내놓은 데 대해 기대가 크지만 정부가 더 살펴봐야 할 점도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정부 대책에서는 노조에 대한 처벌이 주된 메시지이고 피해 업체에 대한 구제책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 발주 건설현장에 한해서라도 신고를 접수한 후 피해액이 명확하다면 계약금액을 조정해 주는 등의 피해보상책이 나와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건설회사들이 받은 피해에 대해 추후 재판을 통해 노조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별도로 하고, 당장 공사기간을 연장해주고 피해금액을 실비 범위 내에서라도 보전해줘야 신고 등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란 반응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1만개의 건설현장이 있다면 1만개의 노조 갑질 사례가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이를 참고 넘어간다. 노조의 행태를 고발하면 현장소장 등이 계속 경찰에 불려나가 공사 진행이 오히려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문득 해외 노조의 실태가 궁금해졌다. 학계와 노동부 등을 통해 해외 건설현장에서의 노조 갑질 사례를 물었다. 해외에서도 월례비라는 성격의 웃돈이 있는지 물었지만 ‘찾을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한 노동전문가는 “현재 정부에서 문제 삼는 노조의 행태 대부분이 형법상 위법한 행위인 만큼 해외에서는 곧바로 경찰 단계로 넘어간다”며 “국내와 같이 집단적 노조의 갑질이 있을 수도 없고 사회적 문제단계까지 올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서야 국내건설현장도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답이 귓가에 맴돌았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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