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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삶 만족도 OECD 꼴찌가 곧 불행한 한국인은 아니다

한국인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무른다는 20일 통계청의 발표(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해석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치와 순위로만 볼 일이 아니다.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9∼2021년 기준으로 집계한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5.9점이다. 순위로는 OECD 38개국 가운데 36위다. 우리보다 아래는 콜롬비아(5.8점)와 튀르키예(4.7점)뿐이다. 꼴찌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프랑스, 영국이 우리보다 높다지만 기껏 6점대다. 초강대국 미국도 7.0에 불과하고 한 번도 10위권에 들어 본 적이 없다. 순위에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대수명, 교육년수, 1인당 GNI 등 객관지표(인간개발지수 HDI)를 고려해서 보면 한국은 세계 188개국 중 19위다. 상위권의 양호한 수치다.

게다가 이런 류의 조사는 모두가 설문조사 형태다. 참여 대상자의 주관적 판단을 기준으로 한다. 잘 알다시피 행복지수 최고는 수십년 전부터 부탄이다. 국가적 부가 충분하지 못해 OECD에 들어가지 못했을 뿐이다. 국내총생산보다 국민총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라이니, 당연한 결과다. 삶의 질 만족도가 행복과 깊은 상관관계를 지닌다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부(돈)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가난하다고 더 크게 불행을 느끼고 삶의 만족도가 더 떨어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해석이다.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대개 삶 만족도 조사의 상위권은 북유럽 부유국들이 차지한다. 거의 해마다 1위는 핀란드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둡고 추운 겨울이 긴 이 나라는 전 국민의 19%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EU 내에서 우울증과 알코올중독비율이 가장 높다. 한때는 자살률도 최상위권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의 삶 만족도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사회에 대한 신뢰다. 특히 깨끗한 정부와 청렴한 경찰에 대한 신뢰감이 높다. 핀란드는 부패 없는 나라다. OECD 국가들의 정부 지지율 평균이 45%인데 핀란드는 65%나 된다. 국민 모두가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 엄청난 세금을 기꺼이 내는 이유다.

결국 국민 삶 만족도의 관건은 정치다. 선거는 주기적으로 계속된다. 정치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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