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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엠 공방전…하이브 결투신청에 카카오 대응은 게릴라전(?) [홍길용의 화식열전]
기타법인 매수에 주가 상승
카카오 우호세력 가능성 커
하이브 공개매수 성공 막는
사실상 대항 공개매수 효과
‘저지’에 무게…급등도 부담
3월1일 이후 변동성 커질수

곰은 물고기를 사냥할 때 마구 물장구를 친다. 물고기가 흐린 물속에서 방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틈에 잡으려는 꾀다. 남북조시대 유송(劉宋)의 장군 단도제(檀道濟)가 과거 병법들을 상황 별로 정리한 36계(計)의 20번째 ‘혼수모어(渾水摸魚)’다.

단도제는 한때 군량 부족으로 위험에 처했을 때 부하들에게 모래를 식량인 것처럼 꾸며 큰 소리로 세도록 했다. 이에 속은 적군은 단도제의 군량이 넉넉한 줄 알고 공격 시기를 놓친다. 역시 혼수모어와 마찬가지로 적을 기만하는 전략이다.

에스엠 주가가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을 넘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설명서를 보면 대항공개매수가 이뤄지면 공개매수가 철회된다. 과연 진짜 대항공개매수가 이뤄질수 있을까?

에스엠 이사회는 지난 7일 사업협력을 이유로 카카오에 대해 제3자배정 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의결했고, 이수만 프로듀서는 이에 맞서 법원에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카카오로서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항공개매수에 나서기 어렵다. 대항공개매수를 하면 경영권 분쟁 중임을 자인하게 되고 이는 스스로 이번 증자와 CB발행은 법적 정당성을 잃기 쉽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언제 나올지가 일단 중요하다. 법원은 증자 및 CB 대금 납입일인 3월 6일 이전까지는 결정이 내놔야 한다. 하이브 공개매수 기간인 3월 1일(휴일 고려시 2월28일) 이전에 결정이 나오면 카카오의 대응은 두 가지다. 일단 발행이 이뤄지면 좋다. 발행이 좌절되면 대항공개매수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인수 시도가 아니라 협력이라는 그 동안의 명분은 퇴색된다.

3월 1일 이후에 법원 결정이 나온다면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공 정도에 따라 카카오의 대응도 달라진다. 하이브가 최대 목표치인 25%를 확보한다면 40% 넘는 의결권을 갖게 돼 카카오가 설령 9.1%를 확보하더라도 승산이 적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실패하거나 저조한 성과를 거둔다면 카카오로서는 설령 9.1%를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지분경쟁을 계속 이어갈 만하다.

카카오가 법원의 결정을 당기거나 늦추기는 어렵다. 현재 카카오 입장에서 시가보다 한참 싼 값인 주당 9만2200원에 지분 9.1%를 확보하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주는 최소로 줄이는 게 최선이다. 주주들이 하이브 공개매수에 응하지 못하게 하려면 주가가 12만원을 넘도록 하면 된다.

16일 에스엠 주가가 13만원을 넘었다. 매수주체는 ‘기타법인’이다. 카카오나 하이브 측 우군일 가능성이 크다. 지분율 5%미만까지는 공시의무가 없다. 주가가 12만원을 넘으면 더 유리한 쪽은 카카오다. 카카오 쪽이라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무력화 시키는 사실상의 비공개 대항매수인 셈이다.

현재 에스엠 주가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됐다고 봐야한다. 평소와는 다른 가격대라는 뜻이다. 지금 일반주주는 주식을 살 때가 아닌 팔 때를 가늠할 때다. 관건은 주가가 얼마까지 오를 지다. 사는 입장에서 마냥 주가를 높이기 보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무력화 시킬 정도면 충분할 수 있다.

한때 카카오가 CJ ENM와 손잡을 것이란 소문이 증시에 돌았다. CJ는 자금사정이 썩 좋지 않다. 카카오엔터와는 경쟁 상대다. 라이벌인 회사가 한 회사에 동시에 대주주가 된다면 그야말로 어정쩡한 지배구조다. 장부 상 카카오그룹이 가진 현금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동업자가 필요했다면 돈이 부족하거나, 적어도 에스엠에 큰 돈을 쓸 의사가 강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카카오가 증자와 CB로 지분 9.1%를 확보한다고 해도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30~40%까지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최소 6000억원 최대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된다. 그런데 일단 하이브의 공개매수만 저지하면 당장 그럴 필요는 없다. 이번 3월 정기주총에서는 하이브가 공개매수로 확보하는 주식이 의결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에서 투자받은 1조1400억원이 이번 에스엠 인수전의 주요한 자금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1조1400억원은 2월20일, 7월20일 두 차례에 나눠(각각 5700억원씩) 납입된다. 각각 절반만(각각 2850억원) 타법인 인수자금이다. 애초 에스엠 인수자금은 아니다. 카카오엔터가 일정과 용도를 바꿀 수 있지만 협의는 필요할 수 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시한종료(3월1일)가 주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하이브가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일단락되겠지만, 실패한다면 재추진 여부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후 6일 이전에 내려질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중요하다. 변수가 아주 많은 복잡한 방정식이다.

K-팝의 대부인 이수만 프로듀서가 지금의 상황에 처한 것은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고집하며 시장과의 소통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대중의 사랑이 중요한 에스엠이다. 어찌됐건 앞으로의 지배구조는 이전 보다는 분명 더 나아져야 한다. 새로운 대주주도 투명한 절차와 방법으로 지배력과 영향력을 취득하고 행사해야 한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대결은 승부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정정당당해야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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