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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라왕 1호 물건 낙찰...갭투자 깡통주택 경매 러시
고금리 못버틴 물건 하반기 급증 전망
경매 낙찰률·낙찰가율 크게 하락할듯
[헤럴드 DB]

#. 이달 6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경매6계.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사망한 ‘빌라왕’ 김 모씨 소유 주택이 처음으로 낙찰됐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소재 54㎡(이하 전용면적) 빌라(다세대)다. 감정가는 2억6000만원으로 세 번의 유찰 끝에 이 빌라에 현재 살고 있는 임차인 신모씨가 홀로 응찰해 새 주인이 됐다. 낙찰가격은 1억8400만원으로 신 씨의 전세보증금 1억8500만원과 100만원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신 씨는 대항력을 갖춘 ‘선순위 임차인’이다. 다른 사람이 낙찰 받는다면 어떤 경우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해 부담이 큰 탓에 전세사기를 당한 선순위 임차인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직접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여파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이런 ‘깡통주택’(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세보증금과 비슷하거나 낮아져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모두 돌려주기 어려운 주택)이 경매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 이런 주택이 올 하반기 이후 쏟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사망한 빌라왕 김 씨 소유 주택의 임차인 중 전세만기가 돌아와 보증금 반환을 위해 경매를 신청한 물건만 이달 13일 현재까지 총 47채다. 소형 빌라가 가장 많은 24채고, 오피스탤 10채, 주상복합 8채 등이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김 씨 소유 주택만 따져도 1139채 중 이제 한건 낙찰된 데 불과하다”며 “남은 1138채도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 순으로 경매 시장에 대거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 금리인상 효과는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담으로 경매 처리되는 주택이 경매시장에 등장할 때까진 금리인상이 본격화하고 난 때부터 1년 정도 지나고 부터로 꼽는다. 통상 채권자들이 경매 절차를 진행하는 것만 아무리 짧아도 7개월 이상 걸린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빌라왕’ 사례뿐 아니라 ‘갭투자’를 한 집주인들이 금리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매로 넘어온 주택들도 올 하반기부터 급증할 것”이라며 “당분간 경매시장에 주택 물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경매로 넘어오는 빌라나 오피스텔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 1월 경매에 나온 서울 지역 빌라는 623채였다. 지난해 11월(700채), 12월(637채)과 비교해 수치가 조금 줄긴 했지만 지난해 최근 몇 년간 흐름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2020~2021년 경매에 나온 서울 빌라는 월평균 288채 수준이었다. 지난해 5월(424채)부터 400채대로 올라서더니,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월 이후로 경매를 진행했거나 경매 예정인 빌라 수만 906건이나 된다. 이중 ‘선순위 임차권’이 설정된 물건만 785건이다. 서울 빌라의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은 80% 수준이다. 한번만 유찰되면 이 주택 임차인은 보증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인천의 경우는 오피스텔 경매 물건 증가세가 가파르다. 1월 기준 100채로 2010년 9월(105건) 이후 가장 많다. 2월 이후에도 경매를 진행했거나 진행 대기 물건이 172건에 달한다.

이주현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매시장에 월간 빌라 물건이 1000건 이상 나타났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은 아파트라고 예외일 수 없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 아파트는 월간 50채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107건) 이후 계속 100건 이상을 기록하면서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점점 깡통주택이 많아지고 있다.

당장 2월 이후 경매를 진행했거나 진행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모두 133건인데, 이중 선순위 임차권이 있는 게 55건이나 된다. 역시 낙찰가율이 전세가율 밑으로 떨어지면 보증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주택들이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전세 사기’나 무리한 ‘갭투자’로 인한 경매 물건은 대부분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을 떠안고 낙찰받아야 하기 때문에 응찰자가 잘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유찰 물건이 늘어나면서 경매 진행 건수는 계속 폭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선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주현 연구원은 “경매 물건을 판단할 때 권리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실수요자가 충분한지, 향후 수요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 등을 따지는 게 기본”이라며 “가급적 익숙한 지역의 경매물건을 노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기 침체기에 쏟아지는 경매 물건은 대부분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종 판단은 전문가 조언을 구한 후 내리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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