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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서방 무기지원 따라 깜빡이는 핵전쟁 경고등[나우, 어스]
지난해 러시아 전승기념일에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핵탄도미사일 야르스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서방 동맹국으로부터 전차와 장거리 타격 무기 지원을 이끌어 낸 데 이어 전투기까지 지원 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서방 싱크탱크들은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고 개전 이전 영토까지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면 실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영국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할 경우 “위기가 한층 고조돼 대규모 유혈 사태를 보게 될 것이며 외교·군사 측면에서 유럽 대륙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무기 지원 목록에서 전투기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직접 핵전쟁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방 언론은 이같은 경고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2일 스탈린그라드 전투 승리 80주년을 맞아 마마예프 쿠르간 추모공원에서 참배하고 있다. [EPA]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과 동맹국은 한때 금기시됐던 전차와 하이마스(HIMARS),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을 차례로 투입했다”면서 “동맹국은 무기 인도에 대해 반복적으로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서방의 무기 지원에 맞서 핵무기 사용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전차 지원을 고민하던 지난달 19일에 “핵보유국이 재래식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핵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면서 “핵보유국은 국가의 운명이 걸린 주요 분쟁에서 절대 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4일 인터뷰에서 그는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크림 반도나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대응책을 묻자 “위협의 성격에 맞춰 모든 종류의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며 핵억제 기본 원칙에 따른 교리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의 통제 아래 있는 모든 것이 불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 2020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은 핵무기 사용 조건으로 ▷적군이 러시아 영토 또는 동맹국에 핵무기나 대량 살상 무기를 사용할 경우 ▷러시아 공격용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한 경우 ▷러시아의 핵심 시설이 공격 당해 핵전력 대응 행동이 약화될 경우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 공격을 당해 존립 위험에 직면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지상발사형 소구경폭탄(GLSDB)의 작동 방식을 묘사한 영상 [DW]

이같은 발언은 미국이 사거리 150㎞의 지상발사형 소구경 폭탄(GLSDB)를 포함한 21억7500만달러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내 러시아 포병 창고를 공격하기 위해 GLSDB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개전 1주년을 맞아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러시아 군이 군사적 패배를 당해 괴멸 당할 경우 러시아 군이 핵무기를 사용해 이를 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서방 언론과 싱크탱크로부터 나오고 있다.

크리스틴 벤 브루스가드 노르웨이정보학교 이사는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프로토콜은 푸틴 대통령 뿐 아니라 국방부 장관이나 참모총장 중 한명이 추가로 승인해야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전략 핵무기에 관련된 것이고 그보다 위력이 적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절차 는 더 완화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를 성공적으로 공략하거나 서방이 제공한 무기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군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자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무엘 차랍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 역시 “러시아는 새로운 무기의 성능 자체보다 (그것이 초래할) 러시아의 취약성이 강조될 때 확전을 경고해 왔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영국 왕립군사연구소(RUSI)는 러시아 군의 괴멸적인 패배가 푸틴 대통령의 실각으로 이어질 것이고 뒤를 이은 군부 강경파에 의해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RUSI는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을 비난하고 해고 하겠지만 그 스스로 전쟁에 너무 깊이 개입돼 있어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군부의 반란이 일어나면 푸틴보다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지도자가 들어설 것이고 우크라이나의 진격을 막기 위해 흑해 상공이나 우크라이나 중부 상공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루스가드 이사는 “서방의 정책 입안자들은 러시아의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모스크바가 설정한 문턱을 넘고 나서야 그 문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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