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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억 집 20억에 팔아달라고?…하락장에 ‘배짱호가’ 여전하네 [부동산360]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 호가 20억 부른 집주인
매수자 우위·투명 정보에 실거래 이어질 가능성 희박
시세교란 의도는 뚜렷…“투자 검토·정보 취약층 피해”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일부에서는 실거래가의 2배에 달하는 ‘묻지마 호가’가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규제 완화 시그널과 잠재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터무니없는 호가가 실거래가로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집값 상승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수요자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위치한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 E타입은 지난해 12월 15일 10억5000만원(21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 2021년 7월 기록한 최고가 15억9500만원(15층)과 비교하면 5억원 이상 주저앉은 가격이다. 다만 지난달 6일에는 전용 84㎡ 동일 타입이 11억1000만원(22층)에 집주인이 바뀌었고, 동일 면적 B타입 아파트는 지난달 11억원대에 두 채가 거래됐다.

실거래 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기류가 흐르자, 집주인들이 즉각 반응하기 시작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를 12억원에 내놓은 한 집주인은 문의가 쏟아지자 매물을 다시 거둬들였고, 동일 면적 아파트 호가도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날 기준 KB부동산에 등록된 동일 타입 매도 호가는 13억5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가장 높은 호가는 최신 실거래가의 2배에 달하는 20억원이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문의가 많다고 해도 20억원에 나오면 팔리겠느냐”며 “말 그대로 희망 가격을 써낸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서구 ‘청라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도 전용 84㎡ A타입은 6억2000만원(저층)부터 매도호가가 시작하는데 동일 면적 E타입의 경우 가장 높은 매도호가가 13억5000만원(중간층)으로 두 배가 넘는다. 해당 단지 전용 84㎡ E타입의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달 14일 기록한 6억3000만원(11층)이다.

이런 사례들을 최근 시세를 기준으로 한 집값 통계가 하락세를 이어간 것과는 대비돼, 사실상 집을 팔 생각이 없는 집주인의 배짱 호가로 여겨진다. 급매물이 소진되면 집주인들이 호가를 소폭 올리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5주(30일 기준) 전국 주간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44%, 서울은 -0.38%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냉각기에 접어들어 매수자 우위인데다, 다양한 기관이 실거래가·호가 정보를 투명히 공개해 무리한 호가가 매수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매도가 급하지 않은 이들이 가격이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 타진하려는 것으로 읽히는데 실제 거래 체결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시세를 교란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집값 띄우기 분위기를 조장해 실수요자 불안을 키우거나, 높은 실거래가 신고 이후 계약 취소 등 행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용되지 않는 가격을 호가로 제시하면 주변 인근 시세를 통해 사업이나 투자를 검토하는 이들, 정보에 취약한 이들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지난 몇 년간 그런 식의 거래 띄우기로 영끌족 등에게 피해가 갔다”고 지적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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