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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부자의 관리비 대혈투…‘부촌1번지’ 아파트 살벌한 ‘쩐의 전쟁’ [부동산360]
아크로비스타·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대치팰리스·타워팰리스 등
입주민 갈등 극에 달해
관리업체 ‘타워피엠씨’ 재계약 공방
불투명한 주먹구구식 업무 불만
타워피엠씨 “일부 강성 주민 주장일 뿐”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집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강남 학군1번지 대장주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살고 있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강남지역, 대한민국 상위 1% 고가 아파트 등 여럿 있는데, 모두 ‘타워피엠씨’라는 관리업체에 단지 위탁관리업무를 맡겼다는 점도 같다.

요즘 이들 단지가 모두 이 업체때문에 시끄럽다. 입주자들이 선출한 동대표 모임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바꿔본 적 없는 관리업체를 ‘교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이들 ‘교체파’는 현 관리업체가 몇몇 동대표와 가깝게 지내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업무를 끌고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업무도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식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이들 단지 입대의는 회장을 비롯해 다수파가 ‘친타워피엠씨’로 타워피엠씨에 계속 관리업무를 맡기는 게 좋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지마다 교체하려는 측과 막으려는 측이 치열하게 대립하는데, 법적 소송전을 불사하는 곳이 나타나는 등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주했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전경. [연합]

먼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는 가장 적극적으로 관리업체 교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동대표와 주민 등으로 구성된 ‘아크로비스타 정상화를 추진하는 입주민 모임’은 지난 2일 서초구청에 기존 관리업자인 타워피엠씨가 곧 예정된 아파트 위탁관리업자 선정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행정지도를 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접수했다.

이 모임은 올 1월 30일까지 전체 입주가구의 절반이 넘는(50.99%) 386가구로부터 ‘기존 주택관리업자 입찰참가 제한에 대한 동의서’를 받은 게 행정지도를 요청한 근거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입주민은 기존 주택관리업자의 입찰참가 제한을 입대의에 입주민 과반 서면동의로 요구할 수 있고, 입대의는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

행정지도를 요청한 이 단지 김형주 동대표는 “타워피엠씨가 입찰에 참가하면 ‘친타워피엠씨’입장이 다수인 현재 입대의에서 다시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막기 위해 아예 입찰 배제를 위한 동의서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모두 28억원이나 들어가는 14건의 업체 선정을 3개월 만에 졸속으로 처리하는 걸 보고 관리업체 교체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만약 동의서에 하자가 없다면, 18년 만에 처음으로 관리업체가 교체되는 상황이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에선 타워피엠씨로 인해 동대표들 사이에 소송전이 시작됐다. 이달 3일 이 아파트 동대표 2인은 다른 동대표 3인을 ‘배임수증죄’ 혐의로 수서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피고소인들이 타워피엠씨로부터 해당 업체에 유리하게 안건을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반복적으로 유리하게 도와주고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다.

고소를 주도한 조인우 동대표는 “‘친타워피엠씨파’가 주도하는 입대의에는 관리업체에 대한 견제기능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불투명하고 주먹구구식 업무처리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하면서 타워피엠씨 교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크로리버파크 입구. [헤럴드DB]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서는 타워피엠씨의 관리비 부당징수 문제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서초구의회에서도 공식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당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크로리버파크 관리업체인 타워피엠씨가 1년 미만 퇴사자나 입·퇴사에 따른 공백기간 퇴직금과 연차수당, 그리고 가입 의무가 없는 직원을 포함한 4대 보험료, 연금보험료 등의 항목으로 아크로리버파크 입주민들로부터 부당하게 8600만원을 더 챙겼다고 주장했다.

타워피엠씨측은 애초에 ‘도급계약’(관리업무 전체를 특정 금액에 완성하기로 약속) 형식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돈이 남아도 정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은 결과적으로 지난해 10월 타워피엠씨에 대한 재계약에 활용됐다. 타워피엠씨는 관리비 부당징수 금액이라고 지목된 돈의 일부(6000여만원)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당시 동대표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타워피엠씨와 가까운 동대표들이 반대쪽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재계약에 반대해 관리비 부당징수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면 책임 질 거냐고 따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관리업체를 교체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비의 불투명한 집행과 부당징수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에 타워피엠씨 교체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도 관리업체 문제로 1년 넘게 시끄럽다. 2021년 말 현 타워피엠씨를 교체하려는 측과 재계약을 원하는 측간에 입대의 회장 선거 과정에서 각종 비방전이 극에 달했고 이는 나중에 ‘직무정치 가처분 소송’, ‘사서명 위조 및 행사죄 고발’ 등으로 이어졌다. 입대위가 구성된 이후에도 동대표 간에는 횡령 등 고소고발전이 계속됐고, 현재도 법정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모습. [헤럴드DB]

강남권에서 타워피엠씨가 위탁관리를 하고 있는 주요 단지에서 이런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 타워피엠씨는 일부 강성 주민들의 주장일 뿐 전체 주민들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최현옥 타워피엠씨 상무는 “우연의 일치인지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 몇몇 강성 입주민들이 비슷한 시기에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우리가 고급 단지 특화 관리업체이다 보니 관리비가 다른 업체에 비해 조금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단지 주민들 전체가 우리에 대해 반감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민 대상 조사에서 서비스 만족도가 50%를 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약속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입주민 입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진짜 우리가 잘못한 게 많았으면 입주민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되는데 입주민들은 계속 우리를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타워피엠씨측 홍종기 변호사는 “서초 아크로비스타 일부 주민이 타워피엠씨 입찰배제 동의서를 입주민의 절반이상으로부터 받았다고 하지만, 아직 입대의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효한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동의서가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 등을 거쳐야 실제 타워피엠씨가 입찰에 들어가지 못하게 될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단지에서도 입대의 안에서 소수파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 사이 갈등이 생기는 것일 뿐 관리업체가 뒤에서 조종한다든지 하는 추측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입주민들 간 고소고발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타워피엠씨를 상대로 ‘배임’ 등 어떤 소장도 받은 적 없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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