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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홍 칼럼] 대통령의 자문기구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은 주요 국정에 대한 자문기구들을 헌법기관의 위상으로 둘 수 있게 보장된 것이 특징 중 하나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이 의원내각제의 총리에 비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대통령 리스크’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 헌법에 명문화된 대통령자문기구는 4개다. 첫째가 국가안전보장회의로, 이 기구는 다른 자문기구가 대통령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과 달리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한반도 평화가 그만큼 긴요하며 대통령실에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외에 안보실장을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과거 대학교수로서 국가안보회의(NSC) 자문위원과 그 사무처 전문위원을 지낸 경험이 있는데 이 기구가 대통령의 국군 통수와 국가정보원 감독업무 등에 대해 보좌했다. NSC 의장은 대통령이고 상임위원장을 통일부 장관이 맡았다. 외교부와 국방부보다 통일부가 정부 내 건재 순위에서 앞이었다. 남북 교류 협력을 중시하는 국정철학이 깔려 있었다.

두 번째 헌법상 자문기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다. 이 역시 평화통일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향점인지 알려주는 지표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66조3항)고 규정하고 있다.

셋째는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있다. 또 이 경제자문회의와 별도로 대통령은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 개발을 위해 필요한 자문기구를 둘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조직돼 활발하게 움직인다.

넷째로 가장 위상이 높은 국가원로자문회의가 있으나 이 기구는 현재 사문화된 상태로 뒷얘기가 많다. 1987년 6월 시민항쟁의 민주화 요구로 그해 10월 27일 국민투표에 의해 헌법 개정이 확정됐다.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로, 당시 민심을 달랬던 이 ‘87년 헌법’은 그 후 지금까지 35년 동안 단 한 번도 개정하지 못했다. 이 현행 1987년 헌법 90조는 “국정의 중요한 사항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국가원로로 구성되는 국가원로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2항에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은 직전 대통령이 된다”고 명시했다. 이 헌법을 개정할 당시의 대통령은 전두환이었고 1988년 2월 개정헌법을 시행할 때 직전 대통령 역시 당연히 전두환이었다. 누가 봐도 전두환이 퇴임 후 ‘상왕’으로 군림하기 위한 위인설관이라는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회가 1989년 3월 국가원로자문회의법 폐지안을 의결했지만 헌법 조항은 사문화된 채 남아 있다.

국가원로자문회의와 관련해서 생각해봄직한 기구로 전직 국회의원 1104명이 정회원이고 현직 의원 300명이 특별회원인 대한민국헌정회가 있다. 헌정회육성법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국회 등록 법인이지만 법적 위상이 약하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자료 협조나 정책 건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 현직 의원들도 별로 신뢰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전직 의원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냐고 할지 모르지만 고려해볼 장점은 꽤 있는 편이다. 일단 국민의 선택을 받아 활동했던 정치인 출신이어서 퇴임 후에도 공인 의식과 국가공동체에 대한 사명감이 남다르게 표출되고 있다. 헌정회장도 치열한 경쟁이 수반되는 선출직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문기구에 비해 객관적이고 민의에 바탕해 조언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여야 극단 대립에 정치 선배세대로서 여야 협치를 견인하는 역할이 얼마나 귀중한가. 원로의 특성은 초정파적으로 국민과 나라의 앞날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위기 국면에 국가원로단체가 나서 물밑대화와 교류 협력의 목소리를 내면 민심 안정과 외국인투자자의 불안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 법률 보완을 통한 위상 제고를 적극 검토해볼 일이다.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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