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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나홀로 출두’ 명분, ‘장외 투쟁’ 역풍 우려[이런정치]
3번째 檢 출두, ‘분리 대응’ 의지에 비명계 지지
지도부 강행 ‘장외 투쟁’, ‘대선 불복’ 역풍 우려
李 사법 리스크, 반복되는 계파 ‘노선 투쟁’ 양상
다가오는 총선, 당 지지율 추이에 노선 정리될 듯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통합’이 살얼음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세 번째 검찰 소환에는 혼자서 출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분리대응’을 주장해온 비명계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장외 투쟁’ 성격의 ‘국민보고 대회’ 개최를 지도부가 밀어붙이자 비명계가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당이 어떤 대응에 나설 지를 두고 당내 ‘노선 투쟁’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총선을 1년 여 앞둔 상황에서 결국 당의 지지율 추이가 특정 계파의 노선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검찰의 세 번째 소환에 응한 것은 여론전에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법리 다툼보다는 정치적 명분에서 승기를 찾았고, 제1 야당 대표에게 3번이나 소환을 요구하는 검찰의 행태는 국민적으로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인식을 퍼트리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관측이다.

이에 이 대표는 세 번째 검찰 소환에는 불응해야 한다는 지도부의 의견을 꺾고, 향후 검찰 출두 시 지지자를 포함해 제 3자의 동행 없이 홀로 나서겠다는 의지까지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예정 없던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며 “저하고 변호사하고 가겠다. 갈등과 분열의 소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 아프시더라도 절대로 오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이 대표가 검찰의 세 번째 소환에 ‘나홀로 출두’로 대응한다는 결정을 공개적으로 밝히자 그간 지도부의 ‘단일대오 전선’에 불만을 가졌던 비명계에서 이 대표의 결정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혼자서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는 것은 잘 한 일”이라며 “검찰의 추가 소환이 있을 때마다 피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일수록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겨냥해 반복적으로 내세웠던 ‘방탄 프레임’에서도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른 비명계 의원은 “여당에서 이재명 방탄이라는 프레임으로 어떤 사안이든 정치적인 공세를 해왔는데 이번 검찰 출두 결정으로 방탄이라는 비판이 무색해 질 것”이라며 “이 대표의 결단으로 ‘정치 검찰’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하지만 수그러들던 ‘방탄 논란’이 최근 들어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기점은 당 지도부가 서울에서 ‘국민보고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결정하면서다.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가 사실상 ‘장외 투쟁’을 강행하면서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당의 리스크로 또다시 확산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보고 대회는 오는 4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인근 광장에서 열린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장외 투장을 예정대로 한다면)국민들 보기에는 결국 (검찰 수사에) 맞불은 놓고 방탄하기 위한 거 아니냐, 민주당 전체가 똘똘 뭉쳐서 또 방탄을 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볼 수 있다”며 “(이 대표는)검찰에 혼자 가겠다고 절대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장외 투장이 진행되는)토요일은 각 지역별로 인원 할당하고 이런 건 모순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장외 투쟁으로 인해 검찰에 대응하는 이 대표의 정치적 명분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 보복에 맞서 ‘나홀로 출두’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는 분위기인데, 대대적인 장외 투쟁이 ‘대선 불복’ 프레임에 걸려드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KBC광주방송에서 “지금 당장 센 투쟁, 지금 당장 강한 목소리보다는 국민들의 상식과 눈높이에서 가야 한다. 때리면 맞고 탄압하면 그 탄압을 견뎌야 한다”며 “자칫 대선 불복 프레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는 장외집회 같은 강경 대응보다는 국민 마음을 얻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NBS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 될수록 민주당 내부에서 당권파 친명계와 비당권 비명계 사이에서 정부여당의 정치 공세에 대응할 ‘노선 투쟁’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총선이 가까워 질수록 어떤 계파의 노선이 여론의 지지를 받느냐가 관건이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가 검찰에 두 번째 출두하고 이틀 뒤인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3번 째 검찰 소환에 응하면서 그간 하락세를 보인던 민주당 지지율이 반등세를 나타냈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지난해 11월 5주차에 34%의 정당지지율을 얻은 민주당은 올해 1월 2주차에 27%를 찍은 후 같은 달 5주차에는 29% 반등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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