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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인데 월급 7만원 올랐다, 회사원보다 못해” 뿔난 과학자 400명 떠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매일 야근하면서 열심히 연구했는데, 고작 7만원 쥐꼬리 만큼 찔끔 오르는 월급에 한숨만 나온다” (출연연 과학자)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A박사(38세)는 연봉이 5000만원도 되지 않는다. 대기업에 취직한 동기보다도 월급이 못하다. 쥐꼬리 연봉 인상과 열악한 연구환경에 지쳐버린 그는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

A박사(38세)는 “이럴거면 대학 졸업하고, 바로 회사에 취업하는게 낫을 걸 하는 후회가 있다”며 “힘들게 오래 공부했는데, 처우는 대기업 다니는 동기들보다도 못하다”고 토로했다.

과학기술 출연연 과학자들이 연구현장을 떠나 이직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주로 대학이나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과학자들의 대거 이탈로 국가 과학연구의 근간이 흔들릴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양전지’ 권위자로 꼽히는 B박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 이직했고, 수소 연구개발을 주도하던 C박사는 한전공대로 자리를 옮겼다. 우주쓰레기 관련 연구 권위자로 꼽히던 D박사도 연구 현장을 떠나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로나 팬더믹시대 중요성이 커진 영장류 연구 핵심 인력도 대거 이탈했다. 심지어 코로나 진단 관련 우수성과를 낸 과학자도 떠났다.

지난 5년간 과학기술 출연연 연구자 대학 이직 현황.[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25개 출연연에서 462명이 대학으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64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64명, 한국원자력연구원 39명, 한국기계연구원 35명,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0명에 달한다.

과학자들이 연구현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처우 때문이다. 출연연 과학자들의 평균 초봉은 3000만원에서 4000만원 초반 수준이다. 이들은 주로 석·박사 학위를 따려고 어렵게 공부하고 30대가 넘어서 입사한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학교에 비해 급여가 낮다. 연금제도 또한 공무원·사학·군인연금에 비해 적다.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신분상의 불균형도 이탈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연연 과학자들은 준공무원 신분이지만 공무원연금 등 공무원이 누릴 수 있는 각종 복리후생은 적용받지 못한다. 반대로 연봉 인상은 공무원과 동일하게 매년 0.5~1%대에 머물러 있다.

평균연봉이 3억에 달하는 의사들이나 삼성, LG 등 대기업 연구원들에 비해 턱없이 적다. 과학자들의 박탈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정년도 짧아졌다. 출연연 과학자들의 정년이 만 65세에서 만 61세로 줄었다. 2015년부터는 과학기술계에도 임금피크제가 적용됐다. 가뜩이나 열악한 연봉이 더 줄어든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부족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 연구과제(PBS) 수주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출연연 1인 과학자가 한해 무려 15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심도 깊은 연구보다는 연구과제 수주에만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과학계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기술자가 되기 보다는 의사가 되려고 하는 풍토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과학자들이 출연연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긍지와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 적용제외’, ‘65세 정년환원’ 등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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