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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묵화 같은 흑백의 나무 한그루에 담긴 우주
英 마이클 케나 개인전 ‘철학자의 나무 II’
DMZ·해변감시초소 등 잊을 수 없는 기억
남북한 풍경 담은 ‘코리아’ 사진집 내고파
철학자의 나무, Study 1, Biei, Hokkaido, Japan. 2004 ⓒ Michael Kenna. [공근혜 갤러리 제공]

‘솔섬’ 사진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영국 사진가 마이클 케나(70)가 작가 활동 50주년을 맞아 그간의 작업을 모아 선보인다.

케나는 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문화예술공로훈장(Officier des Arts et des Lettres)을 수여받았다. 지난 2000년 수상에 이어 두 번째다. 이를 기념해 영국과 프랑스에서 나무를 주제로 한 신간 사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지난 28일부터 서울 삼청로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타이틀 ‘철학자의 나무 II’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전시에선 전세계 각국의 나무가 주인공이다. 1973년 작가가 처음으로 나무를 피사체로 촬영한 사진부터 2021년 미국 오레곤주에서 촬영한 ‘그랜드파더 오크’까지 50년 간 렌즈에 담아온 풍경을 선보인다. 특히 2011년 동 갤러리에서 ‘철학자의 나무’전에서 선보였던 ‘솔섬’시리즈도 12년만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겨울 눈 덮인 평원에 홀로 꼿꼿이 서 있는 나무가 주는 울림도 매력적이다. 사각의 프레임 안에 가로, 세로, 사선으로 배치된 피사체가 주는 안정감과 그 속에 살아있는 역동성도 관객의 시선을 떨어지지 못하게 한다.

케나의 서정적이고 담백한 흑백풍경은 고전적인 사진 촬영기법의 고수에서 연유한다. 새벽이나 밤 시간대에 10시간 가까이 장노출하며 풍경을 담아내는 기법으로 수묵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후 암실에서 수작업으로 인화한다. 그의 사진들이 대부분 작은 이유다. 그럼에도 가로 40센치미터, 세로 40센치미터의 대형 사이즈로 인화한 10여점의 최신작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케나는 지난 2004년부터 한국의 풍경도 담아왔다. 운여 솔숲, 포항 포스코, 하동 화력발전소, 예당 저수지, 서울 한양도성 등 일반적 풍경이 그의 주된 피사체였지만 DMZ(비무장지대)에 대한 관심도 컸다. 철조망으로 둘러진 망대가 있는 해변의 모습을 담은 강원도 휴전선 감시초소(GP) 감시탑 사진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독도는 여전히 촬영하고 싶은 1순위이고, 북한의 풍경도 아직 다 하지 못한 숙제다.

공근혜 갤러리 대표는 “독일에서 ‘코리아’ 사진집을 발행하려 준비 중”이라며 “한국 사진이 충분치 않아 이번 전시 방한때 울릉도와 독도 등 한국 구석구석을 촬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폭설 등 기상 조건이 변수다. 지난 2019년 개인전에서 케나는 방북의사를 강력하게 밝히기도 했다. 공 대표는 “케나는 지명을 작품 제목에 넣는다”며 “‘코리아’ 사진집에 남한과 북한을 나란히 담고 싶은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데, 국제 정치 상황이 급격히 경색된 상황이라 언제 가능할지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전시는 2월 25일까지.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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