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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자’서 ‘조력자’로…몸값 높아진 나경원 [이런정치]
날 세웠던 김기현 “羅, 가치관 유사한 영원한 당원 동지”
안철수 “적절한 시기에 보고파”…꾸준한 소통도 강조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힘의힘 당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부위원장직·대사직 해임결정을 ‘대통령 본의가 아니다’고 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대통령이 사퇴서 수리도 아니고 대사 자리도 해임 결정을 했다는 것은 분명히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과도하게 본인(나경원)에게 편리하게 해석한 것”(김기현. 1월18일 KBS 라디오)

“저와 정치적 행보도 같이 하고 지향성도 가지고 있는, 가치관도 굉장히 유사하고 무엇보다도 한 번도 탈당하지 않고 이 정통성 가진 뿌리 정당, 우리 보수 정당을 지켜온 영원한 당원 동지 다. 영원한 당원 동지로서 해야 할 역할을 나누고 같이 공유해야 한다” (김기현. 1월26일 KBS 라디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한 발언이다. 불과 일주일 사이 메시지가 달라지게 된 배경에는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선거 ‘불출마 선언’이 있었다. 나 전 의원 지지층의 표심은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에서 승기를 잡을 열쇠로 주목 받았고, 친윤계로부터 반윤 꼬리표가 붙었던 나 전 의원은 하루 새 ‘경쟁자’에서 누군가를 당선시켜줄 수 있는 ‘조력자’로 부상했다. 나 전 의원을 향한 주요 당권 주자들의 구애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달라진 나 전 의원의 입지는 김 의원의 발언에서 두드러진다. ‘윤심 후보’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를 둘러싼 논란마다 그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해 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환경대사직 해임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본의’ 논란이 불거진 직후였던 18일 발언이 대표적이다. 해임 이전이었던 9일에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직을 맡아 있으면서 당대표를 한다고 하면 국민 정서에 바람직한 것이냐는 비판이 들어올 것”이라며 “과거에 전례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거는 과도한 본인의 생각이 아닐까”라고 날을 세웠다.

또 지난 14일 경북 출정식에서는 “당 지도부를 왜 뽑습니까. 잘 나가라고 자기 출세하라고 뽑는 거냐”며 “대통령을 위한다고 하며 어긋난 길로 가고, 또는 대통령과 척 지는데 당대표를 잘못 뽑아 대통령과 엄청난 갈등을 겪었던 과거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위한다고 하며 어긋날 길로 간다’는 발언은 나 전 의원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의원의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고뇌에 찬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루 뒤인 26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의지를 갖고 있는 우리 영원한 당원”이라며 “그런 면에서 보면 뿌리를 같이 하는 사람끼리 서로 마음을 맞추기가 좋겠죠”라고 공개적으로 연대를 위한 여지를 열어놨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양천갑 당원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안 의원 측도 나 전 의원에 대한 구애에 적극적이다. 안 의원은 전날 ‘2030 청년특보단 정책 미팅’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적절한 시기에 한 번 만나 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께서 지금 원하시는 그런 방향들이 수도권에서의 승리”라며 “우리 전 당원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저는 반드시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그런 후보가 되고 당 대표로 선출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했다.

이는 나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경기 성남시분당구에 지역구를 둔 안 의원은 서울 동작구을에서 4선을 한 나 전 의원,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의 4선 윤상현 의원과 함께 ‘수도권 당대표론’ 연대 가능성을 열어 왔다. 이와 관련해 나 전 의원 측은 ‘인물’이 아닌 ‘가치 연대’가 가능하다고 앞서 밝히기도 했다.

나 전 의원과의 소통도 강조하는 모습이다. 안철수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나 전 의원과 만남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나 전 의원과 소통이 충분히 잘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한 일주일 전에도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또 “어제 (위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은 아주 간단하게 이모티콘으로 왔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이 양측의 ‘러브콜’에 어떻게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나 전 의원이 안 의원과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전통 보수층의 지지를 가치로 김 의원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나 전 의원이 김 의원과 연대하기 위해서는 앞서 친윤계의 ‘나경원 때리기’에서 비롯됐을 반감을 극복하는 게 우선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불출마 이전부터 이어져 온 김 의원의 연락에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나 전 의원은 지난 25일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스스로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정했으며 전당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는 김 의원과 안 의원 측의 구애 행보에 일단은 선을 그은 모양새다. 다만 나 전 의원에 투사됐던 ‘당심표’가 선거 결과를 바꿀만큼 적지 않은 수임이 확인된 터라, 한달 가량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정치권 안팎에선 흘러 나온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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