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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나의 출근 해방일지

짬이 날 때 드라마를 즐겨보곤 한다. 근래 인상깊었던 드라마를 꼽아보니 해가 바뀌긴 했지만 단연 한 작품이 떠올랐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나의 해방일지’다. 전작에서 워낙 강렬한 기억을 남겼던 최애(最愛) 작가의 후속작이었던 탓에 손에 꼽아 기다리던 속작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삶의 본질을 꿰뚫는 작가의 대사는 결국 ‘추앙한다’를 전 국민 단어로 승화시켰다.

뜬금 없이 이 드라마 이야기를 꺼낸 건 작품 본연의 메시지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주배경이 됐던 장거리 대중교통 출퇴근 설정이 필자에게 큰 공감이 됐기 때문이다. 많은 경기도민이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 “경기도는 서울이라는 노른자를 둘러싸는 계란 흰자”라는 드라마의 표현처럼 경기도민의 상당수가 서울에 생계를 의존한다. 1350여만명이라는 거대 인구가 사는 경기도는 서울의 베드타운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좀처럼 벗지 못하고 있다. 필자 또한 경기도에 거주하며 원거리 출퇴근을 한다.

이런 현실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비슷한 공감을 했던 것 같다. 취임 초부터 이 드라마 얘기를 자주 꺼냈다. 출입기자들과 오찬자리는 물론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도 수도권 교통망 확충 문제를 꺼내며 이 드라마를 언급했다. 이런 원 장관의 정책적 지향은 수도권광역교통철도(GTX)에 닿아 있다. 윤 대통령도 원 장관의 업무보고 직후 GTX-A 개통일자를 최대한 앞당기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A, B, C 노선으로 계획 중인 GTX는 A노선 외에는 아직 착공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가장 먼저 개통되는 GTX-A 노선은 2024년 상반기 개통을 목표로 한다. 그마저도 부분 개통이다. 수원역에서 덕정역까지 74.8㎞ 구간을 잇는 C노선은 착공도 전에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천신만고 끝에 재건축을 시작한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이 C노선의 관통을 강력하게 반대하면서다. 반대하는 그들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 간다. 새로 지어질 아파트 지하로 철도가 지나간다고 하니 불안하고 찜찜한 게 인지상정일 게다. 하지만 대응방식에 대해선 아쉬움을 넘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지역이기주의라는 지적은 이제 식상하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반대시위를 위해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끝내 수사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룹 총수의 자택 앞으로 몰려간 시위도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소유주들은 불안감이라는 감정의 영역과 기술적 안정성이라는 이성과 합리의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미 다수의 시공 사례가 존재한다. 심지어 동일 공법으로 한강 하저 차량터널을 뚫게 될 텐데 같은 논리라면 해당 도로는 절대 지나선 안 될 터널일 것이다. 하저터널 상부에 가해질 토양과 한강물의 압력은 아파트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돌이켜보면 벌써 20년이 넘어가는 경기도민인 필자의 출근길은 지하철 5호선과 6호선 그리고 7호선에 이르기까지 신규 철도의 개통과 함께 삶의 질이 크게 나아졌다. 그만큼 철도망의 힘은 강력하다. 수십만명의 경기도민이 GTX를 바라보며 출퇴근길의 해방일지를 꿈꾼다.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이 갈등이 부디 조속히 해결돼야 할 이유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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