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변안전·외교관계 등 고려 공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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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9명이 지난해 12월 탈북해 국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돈바스 지역 재건사업에 파견될 수 있다는 우려로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사진.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에게까지 미치는 모습이다.
25일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파견 노동자 9명이 탈북한 뒤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들어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전원 남성으로 20대부터 러시아에 파견된 지 오래된 40~50대 벌목공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페허가 된 친러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일대의 재건사업에 파견될 수 있다는 우려로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0월 러시아 주재 북한영사관이 러시아에 파견된 일부 북한 업체에 돈바스로 이동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했다며 북한 노동자들을 건설을 빌미로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터로 나가게 하는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RFA는 또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전쟁이 치열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으로 보내질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거 도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해 7월 자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술력이 높고 근면하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솔선해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 일대의 파괴된 인프라와 복구에서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북한 입장에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한 상황에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이 유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를 회피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대북제재 이전까지 약 10만여 명의 노동자를 해외에 파견해 외화벌이 창구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2017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제2397호에서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금지하고 모든 회원국에게 2019년 12월 22일까지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송환토록 하면서 이 같은 창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북러국경을 봉쇄하면서 러시아 내 소규모 공사현장이나 농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탈북 여부에 대해 공식확인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민과 관련해서는 탈북민의 신변안전과 입국경로보호, 유관국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 역시 “탈북민 관련해서는 확인해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에 남은 가족 신변 안전과 탈북루트로 활용된 국가와의 외교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탈북민의 국내 입국에 대해서는 로키를 유지해 왔다.
일례로 지난 2015년 동남아의 한 국가를 통해 다수의 탈북민이 국내 입국하자 북한이 해당국가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해당 루트가 완전히 차단되기도 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