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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 당원 투표’, 정말 유승민에게 불리할까?[이런정치]
상임전국위 의결로 ‘전당룰 변경’ 마침표
당원·결선 투표, 이중으로 유승민 차단
누가봐도 유승민에 불리한 ‘게임 판’
결선투표만 올라가도 정치적 입지↑
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차기 당 대표를 일반 국민 여론조사 없이 ‘당원투표 100%’로 뽑기 위한 국민의힘의 당헌 개정 작업은 ‘친윤계’ 당권주자를 위한 ‘전대(전당대회)룰 변경’이란 관측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전대룰 변경을 두고 ‘민심’이 아닌 ‘윤(尹)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비윤계’ 당권주자인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전대룰 변경’을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상황도 이 같은 해석에 설득력을 높인다. 다만 누가 봐도 불리한 ‘판’이 오히려 유 전 의원의 정치적 입지와 존재감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23일 ‘전대룰 변경’ 확정

국민의힘의 전대룰 개정 작업은 오는 23일 마침표를 찍는다. 전날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당원투표 100%’와 ‘결선 투표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안 작성 및 발의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상임전국위는 앞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의결한 내용을 담아 당헌·당규 개정안을 작성한 뒤 오는 23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전국위원회와 같은 날 오후 열리는 상임전국위 의결을 마치면 전당대회 룰 변경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다.

현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현행 당헌에 ‘7대3’(당원투표 70%·일반 국민 여론조사 30%)으로 명시된 대표 선출 규정을 변경해 당원투표 비율 100%로 차기 지도부를 뽑기로 했다. 당 대표 경선에서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 1·2위 득표자가 다시 맞붙는 결선투표 제도도 보수정당 사상 처음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전국 단위 선거의 각종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할 경우 다른 당 지지층을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기로 했다.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내년 3월 8일 또는 3월 10일에 치러지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차단, 이중 안전장치

전대룰 변경의 최대 피해자로 유 전 의원이 꼽힌다. 유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당권주자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전대룰이 일반 국민이 아닌 당원 투표로만 치러질 경우 유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은 낮아진다.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권 관계자는 “기존 룰과 비교했을 때 변경된 전대룰은 유 전 의원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사실상 윤심에 줄서기 시키는 전당대회를 만들겠다는 룰”이라고 말했다.

특히 변경될 전대룰 가운데 ‘결선투표 도입’의 경우 유 전 의원의 당선을 막는 ‘이중 안전장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윤계 후보들이 다수 출마할 경우 경선에서 표가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친윤계 후보의 표가 분산된 만큼 유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를 대비해 득표율 50%라는 기준을 세워 결선투표라는 또 하나의 방어벽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결선투표에서는 ‘친윤계 표’가 결집할 것이란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100% 당원 투표로도 불안하니까 결선투표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 전 의원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중의 안전장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불리한 판, 정치적 기회

당 대표 당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이번 전대에 유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유 전 의원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가 되면, 권력에 기생해서 국민 민심에 반하는 언행을 한 사람은 공천에서 완전 배제하겠다”며 사실상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경될 전대룰이 본인에게 불리하다는 것이 확실한데도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더욱 확고히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뜻대로 변경된 전대룰에서 유 전 의원이 예상대로 패할 경우 정치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기존 룰에 따라 경선을 치러서 패할 경우 향후 정치적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지만, 변경된 룰에서 패할 경우 윤 대통령과 유 전 대표라는 ‘역학 관계’가 더욱 선명해 진다. 당 안팎에서의 존재감이 한층 커진다는 얘기다.

결선투표에 올라가면 이후 승패와 상관없이 사실상 이긴 게임이다. 이른바 ‘유승민 차단룰’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당헌 개정을 주도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유 전 의원의 당선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이중 차단벽’을 세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유 전 의원의 결선투표 진출은 일반 국민의 지지는 물론 당내에서도 지지세력을 확인한 셈이니 유 전 의원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대선을 생각하면 유 전 의원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당내외로 골고루 퍼져 있는 지지세력은 대선의 관건인 확장력과도 연결된다. 19대와 20대 대선에 출마했던 유 전 의원의 최종 정치적 목적지는 당 대표가 아닌 대선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게 윤석열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키워줬다면 이번엔 윤 대통령이 유 전 의원을 키워주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는 유승민이 주목받는 선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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