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구매한 20대 남녀가 이를 수상히 여긴 택시기사의 적극적인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던지기’는 수사기관의 적발을 피하기 위해 판매자가 약속된 특정 장소에 마약을 놔두면 구매자가 이를 가지고 가는 식의 마약 거래 수법이다.
21일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10월 23일 오전 9시께 강남구 소재 모텔에서 전자담배 용기에 합성대마를 혼합해 흡입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20대 남성 A씨와 여성 B씨를 검거해 이번 주중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경찰에 붙잡힌 건 마약을 구매하며 탑승했던 택시기사의 적극적인 신고 덕분이었다. 사건 당일 새벽 이들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80만원 상당의 합성 대마 10㎖를 구매한 뒤 함께 택시를 타고 거래 장소로 향했다. 이들은 이 장소에서 합성 대마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수거한 뒤 다시 같은 택시에 탑승해 강남으로 이동했다.
이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는 “마약 거래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마약 매매 및 소지 정황을 확인하고 피의자를 특정했다. 신고 사흘 뒤 A씨는 다른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있던 상태에서 붙잡혔고, B씨는 경찰 연락을 받고 자진 출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던지기 거래가 워낙 흔해져서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알려져 있다”며 “몇몇 정황이 겹쳐 기사가 선제적으로 신고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의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발 및 소변 감정 결과에선 A씨에 대해서만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으나, 이들이 투약 시점에 함께 있던 장면이 CCTV에 포착되자 A씨와 B씨는 모두 혐의를 자백했다. 국과수에선 ‘마약 투약 사실이 있더라도 음성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편, 이들이 흡입한 합성 대마는 대마초의 환각 효과를 내는 핵심 성분인 테드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를 화학적으로 합성·제조한 신종 마약의 일종이다. 대마초보다 5배 이상의 환각 효과가 있어 위험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과수가 현재 파악한 합성 대마 종류만 500여 종에 달한다.
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