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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필라테스부터 끊었다”...저축 줄이고 지갑 닫는 가계
짙어지는 경기침체…팍팍해지는 서민 삶
가계 소비 2.4% 감소...심리지수 80선 추락
3분기 저축 7.8조원 ↓...내년 성장률 1%대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하방 압력 높을 것”

#서울 용산구에서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는 30대 A씨는 갑자기 수업이 줄어서 당황하고 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회원 수가 줄더니, 수업이 텅 비었다. 금리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자, 여가생활과 관련된 취미부터 지출을 줄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40대 직장인 B씨는 내년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로 바뀌어서 걱정이 크다. 4억원 대출에 2%대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데 금리가 갑자기 오르게 되면, 아이들 학원비 감당이 가능할 지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그는 “고금리에 줄을 서 저축 상품을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울 따름”이라며 “대출이 없어야 저축도 가능할 거 같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여파가 실생활을 바꿔놓고 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는 자제하고, 저축은 커녕 생활비도 줄고 있다. 돈을 쓰지도, 모으지도 못하는 이가 늘면서 경기 침체가 성큼 다가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내년 우리 경제가 더 움츠려들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부담에 닫히는 지갑...소비심리 악화=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민간소비(실질, 계절조정)는 전 분기 대비 1.7% 성장에 그쳤다. 2분기 민간소비 성장률 2.9% 대비 성장폭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도 2분기 1.3%에서 3분기 0.8%로 감소했다.

4분기와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연구원들은 4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전기대비)이 -0.6%로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분기 전망은 그보다 더 악화된 -1.0%로 집계됐다.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도 올해 4.3%에서 내년 1.7%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10월과 11월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4분기 소비 감소 전망은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가계 소비 지출은 올해보다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2%는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로 전월(88.8)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CCSI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현재 경기 상황이 과거 장기평균(2003~2021년)보다 낙관적임을 의미하고, 100 미만이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씀씀이 줄였는데...저축도 감소=가계와 기업이 소비를 자제하고 절약 모드에 들어갔지만 저축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자 초과저축을 소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총처분가능소득에서 최종소비지출을 제외한 나머지인 총저축은 올해 1분기만 해도 192조5267억원이었으나 3분기 178조5560억원으로 떨어졌다. 2분기(186조3203억원)보다도 7조7643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총저축률(총저축이 국민총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분기 35.7%에서 3분기 32.7%로 하락했다.

소득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체감소득은 줄어드는 추세다.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0.7% 감소하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높은 인플레이션...“경기 바닥을 가늠할 수 없다”=소비와 저축의 동반 감소는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앞서 무디스(2.0%)나 피치(1.9%)가 제시한 전망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학계나 업계에서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점치고 있다. 잠재성장률(2.0%)을 밑돌 것이란 전망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둔화된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방 압력이 높을 것”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를 올려놨는데 금리 인상 효과는 적어도 6개월 이상 나타나고 아직 금리 인상이 다 끝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경기 회복이 빨라야 내년 3분기거나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보면서 “단순히 경기 사이클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체계 재편 문제가 같이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야 하는데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에서 침체가 되는 것이라 경기의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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