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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손인규 기자]“애야, 매일 게임 좀 해주겠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어떤 아이에겐 게임이 꼭 필요한 사례가 있다. 치료약을 대신하는 게임, 디지털 치료제 얘기다. 특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개선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공식 인증받은 게임 치료제는 이미 널리 활용 중이다.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출처 = 엔더버rx 홈페이지 및 유튜브]

8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아킬리 인터랙티브의 ‘엔더버Rx’가 선보인 게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인증을 받은 첫 게임 치료제다.

게임은 얼핏 보면 일반 아이들이 좋아할 아케이드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엔더버rx는 이 몰입형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와 함께 개발했고, 이 몰입을 통해 ADHD를 개선하는 데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했다. 코스를 탐색하고 목표물을 수집하거나 장애물을 피하는 방식 등인데 이를 집중해서 꾸준히 연습하면 산만함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

실제 미국에서 ADHD 진단을 받은 미국 8~12세 사이 아동 348명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했는데, 방식은 하루 25분간, 주 5회, 4주동안 게임을 플레이한 결과 이들 아동 중 36%가 주의력이 향상됐다. 아킬리에 따르면, 2개월 간 치료한 결과 68%의 부모가 ADHD 관련 장애 개선 효과를 봤다고 답했으며, 아동 중 73%에서 주의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게임업체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 개발사인 드래곤플라이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디지털 치료제 ‘가디언즈DTx(가칭)’의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역시 ADHD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다.

아직 구체적인 게임 방식이나 형태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드래곤플라이 측은 “ADHD 아동이 게임에 몰입하도록 하면 주의산만 등의 증상이 개선될 수 있으며, 구체적인 개선효과는 임상을 진행하면서 알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 인데버rx 홈페이지 및 유튜브]

게임을 포함한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이나 주사 대신 디지털기술을 의료에 접목해 질병을 치료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디지털 치료제엔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가상현실(VR) 등이 널리 활용된다.

알약 등을 1세대 치료제, 세포나 항체 등을 2세대 치료제로 분류한다면, 디지털 치료제는 3세대 치료제로 평가받는다. 치료제인만큼 당연히 기존 치료제처럼 임상을 통한 효과 검증과 규제기관 허가 등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승인된 디지털 치료제가 없지만 미국에선 2017년 게임 치료제 외에 앱 등으로 약물중독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페어테라퓨틱스의 리셋)가 세계 최초로 FDA 허가를 받으며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열었다.

게임회사 뿐 아니라 제약사들도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동화약품은 최근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동화약품은 하이의 주력제품인 범불안장애 DTx ‘엥자이렉스’의 국내 판매권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갖게 됐다.

[123rf]

한독도 2021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웰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알코올중독과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웰트와 진행 중이다. 특히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필로우Rx’는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임상승인을 받고 현재 임상 중이다.

이처럼 게임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약 5조1895억원 규모의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연 평균 20.5%씩 성장해 2030년 2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 의약품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같은 위험이 적다. 또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며 “다만 승인 이후 많은 환자에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보험급여 등과 같은 풀어야 할 과제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