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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저 지하 1000m, 심부지하에서 ‘지진’ 전조 미리 찾아낸다
수리硏, 미세중력 관측소 ‘예미고’ 개소
캐나다 연구진과 지진 전조탐지 공동연구
지진발생 전 지구내부 미세 중력변화 감지
발생 여부 판단·피해 대비 시간 확보 가능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연구진이 예미고에 초전도중력계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1이라는 초유의 강도와 지진해일(쓰나미)을 함께 동반해 후쿠시마 원전에 큰 피해를 안겼다.

이 같은 지진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1, 5.8의 지진과 그 다음해 발생한 포항지진은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국이 아님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1978년 지진관측 이래 2021년까지 1000여건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을 사전 예측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강원도 정선에 국내 수학자들이 모였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최근 강원도 정선 예미산 지하에 ‘예미 미세중력관측소(YeMiGO, 이하 예미고)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예미고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구축한 ’예미랩‘ 실험실의 공동 활용 방안의 일환으로 마련된 수리연의 실험실이다. 지하 1000m에 위치한 심부지하 미세중력관측소다. 수리연은 캐나다 캘거리대학교와 함께 초전도중력계(iGRAV)를 설치하고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두 기관은 예미고 관측소와 대전 수리연 공동연구실, 캘거리대학교 공동연구실 등 세 곳의 공동연구실을 함께 운영하며 연구협력을 할 계획이다. 예미고에 설치된 초전도중력계는 현재 존재하는 가장 민감하고 안정적인 상대중력계로서 최근 캘거리대학교에서 캐나다 서부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활발한 지진대인 캐스케이디아 단층대에서 지각의 운동과 지진과의 관계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연구자료를 취득했던 장비다. 이 장비는 정비와 수리를 거쳐 한국-캐나다 간의 미세중력측정을 위한 프로젝트인 ‘뮤직’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으로 이송 설치됐다.

중력의 변화는 질량을 가진 물체의 운동으로 생겨난다. 이 중력의 변화는 파동의 형태로 전파돼 나아가는데 이것이 바로 ‘중력파’(gravitational-wave)이며 라이고(LIGO)라고 명명된 미국의 대형 레이저 간섭계에 의한 실험으로 2015년 9월 최초로 검출됐다. 이와 유사하게 지구위에서 질량을 가진 물체도 운동을 할 때 중력의 변화를 일으킨다. 수리연 중력응용연구팀은 2015년 중력파의 탐지를 위한 라이고 국제연구단에서 참여해 중력파 검출과 데이터 분석에 기여했다. 기술적으로 보유한 성과와 노하우를 지구의 중력변화를 감지하는데 적용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추진하는 연구의 가장 큰 목표 중의 하나는 지진발생시 야기되는 중력의 변화를 지진파의 전파 이전에 지진의 전조를 탐지하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가 전파되는데 그중 P-파는 약 초속 8㎞로 전파되고 이보다 더 큰 피해를 야기하는 S-파는 약 초속 4㎞로 전파된다. 이 두 파가 최초로 도착하는 시간차를 이용, 다시 말해 P-파를 감지해 S-파나 이후 도착하는 표면파에 대한 경보를 주게 된다.

하지만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는 지각의 거대한 판(plate)의 밀림 등에 의해 지구 내부 질량이 재배치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세한 중력의 변화도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중력의 변화는 지진의 의한 충격에 의해 발생한 P-파나 S-파보다도 훨씬 빠른 빛의 속도(약 초속 30만㎞)로 전달되기 때문에 가장 빨리 도착하는 P-파 보다 먼저 중력의 변화를 감지함으로써 지진의 발생여부를 판단하고 피해에 대비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 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오상훈 국가수리연구소 박사는 “그동안 데이터의 분석에 집중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 이익을 위해 가치 있는 연구자료를 생산해 낼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중력계로부터 자료를 직접 수집하고 이를 공공기반 연구에 활용한다는 것에서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은 그 피해의 여파가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새로운 도전적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서 지진예보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 그만큼 지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피해의 가능성이 언제든지 열려있는 상황임을 이해하고 인지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 박사는 “미세중력 관측을 통한 지진 및 전조 탐지의 노력이 향후 재난방제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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