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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경매는 버티기 중…온도차 나는 미술시장 [식어가는 미술시장②]
크리스티홍콩 11월 경매 낙찰률 91%
필립스홍콩도 20세기 등에 97% 낙찰
최근 1년 비해 규모 줄어도 여전히 활황
주얼리·와인·핸드백 럭셔리 부분 강세
“특별경매가 시장 하락세 눈가림” 비판도
11월 30일 홍콩컨벤션센터(HKCEC)에서 열린 '크리스트홍콩 20/21세기 이브닝세일'에서 유시 필카넨(Jussi Pylkkanen) 크리스티 글로벌 CEO가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조앤 미첼(Joan Mitchell)의 ‘무제(Untitled)’를 경매에 부치고 있다. 해당 작품은 8335만홍콩달러(140억원)에 낙찰되며 이번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CHRISTIE'S IMAGES LTD. 2022]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아시아 미술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사장)

‘여전히(still)’냐 아니면 ‘건재하다(strong)’냐. 벨린 사장의 말에 어느 곳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것일까.

한국 미술경매시장은 찬바람이 불지만 해외 경매시장은 아직도 후끈하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열린 ‘크리스티홍콩 20/21세기 미술경매’는 낙찰총액 12억3200만홍콩달러(약 2059억원), 낙찰률 91%를 기록했다. 특별 경매로 진행한 마르크 샤갈은 100% 낙찰됐다. 벨린 사장은 “이번 경매로 20/21세기 미술 카테고리 아시아 연간 총액은 총 34억홍콩달러(약 5687억원) 매출을 거뒀다”며 “크리스티 홍콩 사상 두 번째로 높은 매출로, 중국의 코로나19 록다운 속에도 미술시장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열린 필립스홍콩 경매도 성적이 좋았다. 낙찰총액 규모는 3억5000만홍콩달러(582억원)로 크리스티에 비해 적었지만 메인 경매인 20세기·동시대 미술 이브닝세일에서 전체 33개 출품작 중 32개를 판매하는 데에 성공했다. 데이세일에서는 전체 152개 중 128개가 낙찰돼 84%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11월 크리스티홍콩 경매에서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니콜라스 파티의 '푸른 일몰(Blue Sunset)'. 5200만홍콩달러(87억원)에 낙찰됐다. [CHRISTIE'S IMAGES LTD. 2022]

겉으로 봤을 땐 최근 두 경매의 결과가 모두 좋아 보이지만 사실 내용을 살펴보면 섹터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달 30일 밤에 열린 크리스티홍콩 이브닝세일(20/21세기 미술)은 8억1780만홍콩달러(136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5월 14억홍콩달러(2337억원), 지난해 3월 15억홍콩달러(2504억원), 지난해 5월 16억홍콩달러(2671억원)와 상당한 차이가 나는 숫자다.

출품작도 늘 80점 가까웠는데 이번엔 68점으로 줄었다. 메인을 장식했던 티라노사우르스 셴의 뼈대는 ‘완전성에 의심’을 받으며 경매가 취소됐고, 예상가 8500만~1억홍콩달러(142억~167억원)였던 산유의 걸작 ‘매화(Potted Prunus,1940년대)’도 경매 직전 출품이 취소됐다. 인기 작가인 자오우키(6800만~9800만홍콩달러)와 우관중(1900만~2500만홍콩달러)의 작품은 유찰됐다. 가장 핵심인 이브닝경매만 따로 놓고 보면 경매시장이 이전처럼 활황은 아님이 명확하다.

대신 가구, 주얼리, 와인, 핸드백, 시계 등 럭셔리 부분은 100% 낙찰됐고, 특별전인 사걀도 7440만홍콩달러(125억원)에 완판됐다.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파운데이션에서 모네와 함께 2인전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미국 여성 추상미술작가인 조앤 미첼의 작품 ‘무제(Untitled, 1966-67)’는 8335만홍콩달러(140억원)에 낙찰되며 이번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1970년대생 이후 작가들인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들도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니콜라스 파티(42)의 ‘푸른 일몰(Blue Sunset, 2018)’은 수차례 경합 끝에 5200만홍콩달러(87억원)를 기록, 지난 11월 크리스티뉴욕의 기록을 경신하며 작가 최고가를 다시 썼다. 필립스 경매에선 마리아 베리오(40)의 ‘연인들 2(The Lovers 2, 2015)’가 예상가 최상단인 600만홍콩달러를 훌쩍 넘어선 993만홍콩달러(1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필립스 아시아 대표이자 경매사인 조너선 크로켓(Jonathan Crockett)이 11월 30일 열린 '20세기·동시대 미술 이브닝세일'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Abstraktes Bild (774-1)'를 8900만홍콩달러(148억5000만원)에 낙찰시켰다. [필립스홍콩]

두 글로벌 경매사의 이브닝세일이 있었던 지난달 30일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3세대 지도자였던 장쩌민 전 주석이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미국 미술매체인 아트넷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불안 속에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이 바뀌었음을 시사할 수 있다. 수요일 밤 경매는 중국이 경제·사회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배경으로 열렸다”면서도 “젊은 작가들의 도전적인 작품은 여전히 강했다”고 해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완판에 이어 대박 세일즈를 이어가는 특별 경매가 미술경매시장 하락세를 눈가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1월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고(故) 폴 앨런 컬렉션, 런던에 이어 이번 홍콩에서 열린 샤갈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폴 앨런 컬렉션은 단일 경매로는 최고액인 총 15억638만6000달러(2조640억원)의 낙찰액을 달성했다. 벨린 사장은 “무엇보다 경매는 작품이 중요하고 큐레이팅이 중요하고 스페셜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전히’에 방점을 찍을지, ‘건재하다’에 방점을 찍을지 선택은 컬렉터의 몫이다.

여성 작가에 대한 시장경쟁력이 강해지는 가운데 남미 출신 작가인 마리아 베리오의 ‘연인들 2(The Lovers 2, 2015)’이 993만홍콩달러(1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필립스홍콩]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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