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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빛나의 현장에서] ‘이태원 참사’ 수사 제동 걸린 특수본

“내 자식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망했는지, 사망 후에 어디로 이동했는지 정부는 부모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출범 한 달을 맞은 지난 1일. 특수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인 고(故) 이지한 배우의 어머니는 오열했다. 같은 날 이씨의 부친은 국회의원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렸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유가족간담회에서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간절히 바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유가족들이 간절히 원하는 건 단 하나, ‘진상규명’이다. 특수본이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사 당일 상황을 파악하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밝히자는 것이다.

한 달 넘게 특수본 수사가 진행됐지만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왜일까. 현재 특수본이 입건한 피의자 21명은 대부분 경찰·지자체 실무진이다. 참사 당일 현장책임자라 할 인물들은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용산소방서장 등이다. 지난 5일 구속이 결정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도 참사 당일 근무한 경찰이 아니라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참사 당일 누구에게 결정적인 책임 소재가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태원 참사 현장책임자들을 구속하려던 특수본의 시도도 좌절됐다. 같은 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전 서장은 비교적 참사 전후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났던 인물이기에 특수본 수사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서장은 참사가 발생한 지 50분이 지난 오후 11시5분 무렵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 결과, 인명피해를 키웠고 인파 사고가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사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서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기각된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도 참사 직전 112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 수사가 이른바 ‘윗선’까지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이 커지는 이유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측은 참사 관련 보고를 받고도 바로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경찰청장,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시장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수본 수사가 윗선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일선 실무자들에 대한 처벌로 끝나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이번주 피의자 신병 확보를 마무리하고, 행안부와 서울시에 대한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특수본이 일선 실무자 외에 수사 대상을 더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유가족들의 기다림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길어지는 기다림이 ‘허울뿐인 수사’로 끝나선 안 된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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