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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의 현상’ 아이브·‘신드롬’ 뉴진스…4세대 걸그룹의 시대
4세대 걸그룹 전성시대 주역
‘올해의 현상’ 대세 아이브
탄탄한 성장 서사 르세라핌
데뷔부터 신드롬 뉴진스

올 한해 가장 강력한 K팝 트렌드 중 하나는 걸그룹 돌풍이다. 그 중심에 선 4세대 걸그룹 아이브는 2022년 최고의 현상이라 할 만큼 높은 인기를 모았고, 르세라핌은 탄탄한 성장 서사로 팀의 동력을 얻었다. 뉴진스는 전례 없던 데뷔 과정을 거치며 가장 인상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사진은 아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명실상부 K팝 걸그룹 전성시대다. 데뷔 1주년을 맞은 걸그룹 아이브부터 르세라핌, 막내 뉴진스 등 걸그룹의 약진이 새로운 시대의 K팝을 이끌고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음악 집계 사이트인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음원 판매량에서 걸그룹의 점유율이 78%까지 상승했고, 음반 판매량 역시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지금의 ‘걸그룹 전성기’를 이끈 주역은 ‘대세 걸그룹’ 아이브(IVE)다. 지난해 12월 1일 데뷔, 최근 1주년을 맞은 아이브는 올 한 해 ‘하나의 현상’이었다.

데뷔 1년 밖에 되지 않은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적표가 쏟아졌다.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엠넷)을 통해 결성된 아이즈원의 두 멤버 안유진 장원영이 주축이 된 아이브는 사실 시작부터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했다. 걸그룹 사상 가장 강력한 소비력을 갖춘 코어 팬덤으로 불리는 아이즈원의 지지층이 아이브를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장원영과 그룹과 예능 활동으로 방송가의 ‘차세대 스타’가 된 안유진은 애초 아이즈원에서도 상당히 인기 있는 멤버들이었다.

아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속사 스타쉽에 따르면 아이브는 첫 번째 싱글 앨범 ‘일레븐’(Eleven)으로 초동 15만 장을 기록하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알렸다. 이후 발매한 두 번째 싱글 앨범 ‘러브 다이브’(Love Dive)는 발매 이틀 만에 19만 장, 총 33만 장의 초동 판매 기록을 세웠다. 아이브는 단 두 장의 싱글 앨범으로 데뷔 6개월 만에 100만 장 판매고를 달성했다. 역대 걸그룹 중 가장 빠른 속도였다. 이후 아이브는 스스로의 기록을 또 넘어섰다. 세 번째 싱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가 던진 파장이었다. 이 앨범은 초동 92만 장을 기록했고, 현재까지 100만 장 이상 팔리며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스포티파이 연말결산에선 ‘러브 다이브’(6위)가 ‘K팝 양대 산맥’인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참여하지 않은 곡으로는 유일하게 최다 스트리밍 K팝 곡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브는 세 장의 싱글로 차근차근 단계별 성장가도를 밟았다. ‘2022 마마어워즈’에선 신인상과 대상을 모두 휩쓸었다. 이 모든 일이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거둔 성취다.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아이브는 유튜브 영상 조회 수의 4분의 1이 한국에서 나오는 ‘국내형 팬덤’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케이팝레이더 측은 “아이브의 팬덤은 한국에서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까지 합치면 40%에 육박하는 국내 팬덤을 상당히 많이 모든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아이즈원 팬덤을 주축으로 확장한 국내 팬층이 아이브의 지지층으로 결집했다.

지난 5월 데뷔한 르세라핌은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멤버 탈퇴 이후 탄탄한 성장 서사를 쌓으며 팀의 동력을 얻었다. [쏘스뮤직 제공]

아이브와 함께 걸그룹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 중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 르세라핌이다. 지난 5월 데뷔한 르세라핌 역시 아이즈원의 두 멤버 채원, 사쿠라가 소속된 그룹이자, ‘하이브 최초의 걸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과 함께 등장했다. 화제성이 상당했다. 첫 앨범 ‘피어리스(FEARLESS)’는 초동 30만장을 넘기며 르세라핌은 데뷔 앨범으로 초동 30만 장 이상을 팔아치운 최초의 걸그룹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발매한 ‘안티 프래자일’은 56만 장을 넘겨 역대 걸그룹 초동 6위에 올랐다. K팝 걸그룹으로는 사상 최단 기간인 6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14위로 데뷔하기도 했다. 4세대 걸그룹으로는 최고 성적이었다.

아이브와 르세라핌의 특이점은 ‘서사’에 있다. 두 걸그룹 모두 ‘나’의 이야기에 집중한 노랫말로 이들만의 세계관을 만들었다. 아이브는 ‘일레븐’부터 ‘애프터 라이크’까지 당당하고 주체적인 나를 넘어 심지어 ‘나’와 사랑에 빠지는 서사를 강조한다. 이른바 ‘나르시시즘’ 세계관을 통해 나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이어왔다. “내 장점이 뭔지 알아? 그건 솔직한거야”라는 가사는 ‘가을선배’ 신드롬과 함께 수많은 밈을 탄생시켰다.

르세라핌은 의도와 계획을 넘어선 ‘우연의 연속’으로 그룹의 서사가 힘을 받은 사례다. 데뷔 전부터 학교폭력 논란이 따라온 멤버 김가람이 탈퇴한 이후 발표한 ‘안티 프래자일’에서 르세라핌은 시련을 극복하고 세상에 맞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곡은 르세라핌이 데뷔 과정에서 미리 준비한 곡으로, 그룹의 변화와는 무관했다. 하지만 르세라핌의 상황과 맞물리며 앨범과의 연결고리를 완성했다. 탄탄한 성장 서사가 그룹에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안티 프래자일’에 등장하는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토슈즈(toe shoes)” (카즈하)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사쿠라)라는 노랫말은 15년간 발레를 하다 데뷔한 카즈하, HKT48부터 르세라핌까지 활동하고 있는 사쿠라의 실제 이야기로, 단연 ‘올해의 가사’로 꼽힐 만하다.

평균 나이 17세의 신인 그룹 뉴진스는 지난 8월 데뷔, K팝의 성공 공식을 깬 전략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어도어 제공]

뉴진스는 기존 K팝 그룹의 데뷔와 성공 방정식을 완전히 뒤집은 그룹이다.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의 콘셉트를 만든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 신규 레이블 어도어로 이적한 후 선보이는 첫 걸그룹이었다. 평균 나이 17세의 소녀들로 구성된 뉴진스는 일찌감치 그 어떤 걸그룹도 이루지 못한 신드롬의 주역이 됐다.

뉴진스는 전형적인 K팝 가수들과 달리 이렇다 할 사전 홍보 없이 일단 데뷔곡 뮤직비디오부터 공개했고, 무려 3개의 타이틀곡을 앞세우며 등장했다. 화려한 걸크러시가 대세를 이루던 때에 10대 소녀의 강점을 살린 비주얼과 음악으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만 시청하면 그룹의 색깔과 정체성을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이들의 콘셉트는 선명했다. 올 한 해 가장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뉴진스는 8월 13일 자 미국 빌보드 차트에 처음 등장한 이후 17주 연속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스포티파이에선 ‘어텐션’(Attention)과 ‘하이프 보이’(Hype boy)가 각각 재생수 1억회를 돌파했다. 데뷔 4개월 만에 이런 성과를 낸 그룹은 뉴진스가 처음이다.

지금의 4세대 걸그룹 돌풍은 기존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걸그룹의 최대 강점인 대중성에 보이그룹 못지 않은 팬덤을 더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포스트 BTS’는 걸그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4세대 걸그룹이 보여주고 있는 영향력과 방향성은 한층 진화했다”며 “과거 보이그룹을 K팝 산업이라 생각했다면 이제는 걸그룹 자체가 공고한 팬덤을 바탕으로 하나의 파워 하우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현재의 걸그룹 돌풍은 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 또는 그런 현상이 담겨 팬덤이 확장됐다”며 “팬덤이 증가함에 따라 향후 기존 대중 시장 중심에서 팬덤 비즈니스 중심으로 걸그룹들의 활동 반경이 변화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남자 아이돌과 여자 아이돌을 구분하는 것이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무의미한 방향으로 K팝 시장이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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