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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서훈 구속에 신구권력 충돌, 오직 증거로 진실 가려야

문재인 정부의 안보 라인 최고 책임자였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서해공무원 피살 진상은폐’혐의로 지난 3일 구속되면서 신-구 권력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4일 “최고의 대북협상가이자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일에도 “안보 사안을 정쟁 대상으로 삼고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 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우는 현 정부의 난폭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당시 판단과 달라진 정보나 정황이 없는데 정부가 바뀌자 정반대로 뒤집히고 있다”며 가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이 서 전 실장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싶어서인 것”이라며 “진실의 선 너머에는 단 한 사람, 문 전 대통령만 남게 됐다”고 했다.

법원이 서 전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긴 했으나 막판까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장인 10시간 동안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것이 잘 말해준다. 고도의 정책적 판단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느냐는 항변에 상당한 타당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이 사건과 관련해 구속됐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구속적부심을 거쳐 풀려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당시 ‘월북 속단’의 최종 책임이 서 전 실장에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국민이 군사분계선 이북에서 북한군 총격을 당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백 번 양보해서 자진 월북 의사가 있었고, 북한의 반인륜적 폭거에 따른 희생자라 해도 국가가 사전에 구조를 위한 적절한 대처를 했는지는 별개이고,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사건 당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악화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씨를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아갔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신-구 권력의 소모적 충돌이 없도록 차분히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문 전 대통령은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했다”며 결코 뒤로 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 대통령 수사까지 거론되는 민감한 사건인 만큼 검찰은 일체의 정치성을 배제하고 오직 증거로만 말해야 한다. 여야는 진영 대립을 부추기는 감정싸움 대신 법정에서 진위를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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