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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감표명 대신 檢 맹폭…이재명의 '스타일' [정치쫌!]
이슈 방어보다 '정면대응' 스타일 발휘
당내 동요 잠재울 '입장발표' 나올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언제든지 털어보라. 검찰이 수사를 해야지 쇼를 해서야 되겠느냐."

최근 측근 인사들의 줄구속 사태를 마주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택은 '작심 발언'이었다. 자신을 겨냥하는 검찰을 향해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내며 당내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유감 표명 요구를 일축했다. 이슈에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단 역으로 '정면대응'하는 이 대표 스타일이 여과없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계좌 추적에 나선 것과 관련해 "언제든 털어보라"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쇼하는 것은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이날 이 같은 발언은 예정에 없던 순서로, 회의 첫 순서로 모두발언을 끝내고 다른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모두 들은 뒤 마이크를 다시 잡은 이 대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제가 웬만하면 이것(검찰수사)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입을 떼고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검찰이 수사하는 것 말리지 않는다. 저와 가족들 계좌 조사하는 것, 영장 없이 하는 것 제가 동의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수사는 기본적으로 '밀행'으로 조용히 하는 것이 원칙인데 마치 선무당이 동네 굿을 하듯이 꽹과리를 쳐 가며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한다"며 "수사의 목적이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냐, 사실을 조작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말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강조해 왔다. 자신을 향해 죄어오는 검찰 수사에는 최대한 '로우키'(저자세) 모드를 유지하며 직접 언급을 피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입장 표명 빈도와 강도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신과 '정치적 동지'라고 공언했던 정 실장이 지난 19일 구속됐을 때에는 이례적으로 SNS에 글을 올려 "검찰이 조작의 칼날의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대응 수위를 점차 끌어올리는 것은 당내 일각서 제기되는 직접 해명과 유감 표명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아직은 이르긴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 인사를 중심으로 '거취론' 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다.

당장은 주류를 중심으로 단합이 유지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내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균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검찰 수사가 구체화되는 시점에서는 입장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 내 의원들과 당원 등 동요를 막기 위한 메시지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입장 표명' 시기와 관련, "이 수사는 김용, 정신상의 개인 비리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 대표를 향한 굉장히 의도된, 정치 보복적인 수사"라며 "(이 대표가) 성급하게 유감을 표시하는 것보다는 결국 (검찰이) 이 대표 본인을 피의자로 지목하고 수사할 것 아니겠나. 그런 상황쯤에서 적절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의 스타일 상 당내 동요를 막기 위한 적절한 '액션'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찍는 목소리도 새어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의총에서라도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이해를 구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직접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합리적인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이를 권유할 수는 있겠지만 본인 스타일 상 '조작수사, 조작기소' 프레임으로 강대강 대응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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