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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체국 직원·사서 부부가 모은 그림 5000점

고등학교 중퇴의 뉴욕 우체국 직원 허버트와 브루클린 도서관 사서 도로시는 1962년 결혼,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로 신혼여행을 갔다. 둘은 두 달 후, 존 체임벌린 작업실을 방문, 자동차 금속 폐품을 찌그러트려 놓은 작품 ‘무제’(1962)를 구입했다. 뉴욕의 방 한 칸 짜리 임대 주택에서 생활하면서 적은 월급을 쪼개 산 것이다. 체임벌린이 유명해지기 전으로, 현재 체임벌린의 작품은 수십억원에 달한다.

부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뉴욕의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작품을 함께 보고 얘기하고 작품을 수집했다. 이들은 월급 안에서 작품을 구입했고, 지하철과 택시를 이용해 날랐다. 넉넉지 않아 무명의 신진작가 중 마음에 드는 작가를 발견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무명에 가까운 미니멀리즘 작가 솔 르윗의 작품을 처음 구입한 이도 이들 부부다. 이렇게 발품을 팔아 평생 수집한 작품은 5000 점에 이른다. 부부의 개인 컬렉션인 보겔 컬렉션은 2012년 허버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50년간 이어졌다. 컬렉션은 내셔널 갤러리와 미술관에 기증됐으며, 부부는 자신들의 자식(?)을 보기 위해 일년에 두 차례 워싱턴을 찾았다. 수백 억 자산가의 컬렉션보다 한 평범한 우체국 직원의 컬렉션의 가치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미술품 수집은 대체로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최근엔 평범한 월급쟁이들도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보겔 부부의 컬렉션은 이들에게 롤 모델이 될 만하다.

세계적인 컬렉터들은 많지만 부부가 한 평생 한 방향으로 컬렉션을 완성해 가는 경우는 드물다.

‘컬렉팅 듀오’(아르테카)는 그런 면에서 특별하다. 아트 어드바이저 채민진씨가 20여 년간 미술시장에서 만나온 부부 컬렉터들의 모습은 자랑보다는 성장하는 모습이 훈훈하다. 그들의 컬렉션 하나 하나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담겨 있다.

책에는 11쌍의 컬렉터들이 등장한다.온 가족이 컬렉터가 된 루벨 부부,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에 집중하는 빌라랑 부부, 드넓은 자연 속에 조각공원을 지은 멀린 부부, 그 해에 제작된 최신 작품만 수집하는 보로스 부부, 미니멀리즘을 중심으로 이탈리아와 일본 작품을 연결하는 라초프스키 부부는 남다른 안목과 신념에 바탕한 개성적인 컬렉션을 보여준다.

또한 마이애미와 LA 등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를 변화시킨 드 라 크루즈 부부와 브로드 부부는 대중과 공유하는 컬렉션의 사회적 가치를 보여준다.

일과 컬렉션을 결합시킨 아트 어드바이저인 웨그너 부부, 프랑스의 유명 인터넷 쇼핑몰 창업자인 로젠블럼 부부, 패션업체를 경영했던 호프만 부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컬렉터 부부들은 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할까?

어떤 부부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품을, 또 어떤 부부는 첫 인상에 속지 말고, 많이 보고 많이 공부한 후에 신중히 결정하길 조언한다.

다양한 에피소드도 읽는 즐거움을 준다. 구입 예산이 모자란 보겔 부부에게 돈 대신 고양이와 작품을 맞바꾸자고 제안한 유명한 대지 미술가 크리스토프의 이야기는 미소 짓게 만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컬렉팅 듀오/채민진 지음/아르테카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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