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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예산 1조 줄고, 李예산 7조 늘고...74조 감세도 ‘뇌관’ [639조 예산전쟁]
내달 2일까지 국회 ‘예산錢爭’
상임위서 처리된 예산 분석결과
대통령실 이전 등 삭감 줄이어
지역화폐·공공임대 등은 증액
종부세·금투세 등 세제 개편안
巨野 반대에 막혀 평행선 대치

국회가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의 중인 가운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이재명표 예산’은 증액을 추진하면서다.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뿐만 아니라, ‘세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걷을지’ 결정하는 세제개편안도 암초투성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법인세 등에서 74조원가량의 감세를 추진하는 것에 반해 야당은 이를 ‘부자감세’라며 결사 반대하고 있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여야의 예산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巨野, ‘윤석열 예산’ 깎고·‘이재명 예산’ 늘리고=24일 헤럴드경제가 국회상임위원회별 예산 심의 진행경과를 분석해보니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회별 예산안 예비 심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용산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을 잇달아 ‘칼질’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활용 관련 예산 59억5000만원을 삭감했고, 국토교통위원회에선 용산공원 조성 사업에 필요한 303억7800만원의 예산이 깎였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선 외교부가 청와대 영빈관을 대신할 연회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편성한 21억7000만원을 전액 잘라냈고, 기획재정위원회에선 영빈관 신축 예산(497억원), 운영위원회에선 대통령실 시설관리 및 개선사업(29억6000만원), 국가사이버안전관리센터 구축 예산(20억원), 특수활동비(82억5100만원) 등의 예산을 손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용산의 용자만 들어가도 무차별 칼질’이라며 반발하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청와대로 돌아가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신설 과정에서 민주당의 반대가 극심했던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기본 경비는 진통 끝에 10%(약 2100만원)만 삭감되는 선에서 살아났다. 애초 민주당은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경찰국 예산(기본 경비+인건비)을 전액 삭감한 안을 단독 의결했지만, 국민의힘의 반발로 기본 경비 10%만 삭감하는 것으로 조율됐다. 이 밖에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검찰청 4대 범죄 수사, 분양 주택 융자 예산 등 윤석열 정부의 주요 사업 예산이 민주당 주도로 감액이 예고된 상태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 예산’으로 규정한 사업들은 큼직한 증액이 추진됐다. 이 대표가 대선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지역화폐 사업 예산의 경우 전액 삭감됐던 정부안에서 5000억원을 되살린 게 대표적이다. 애초 민주당은 7050억원 증액을 주장했지만 5000억원만 증액하는 것으로 여당과 합의했다.

이 대표가 민생 예산으로 강조하는 공공임대 주택 예산안 또한 정부안 대비 6조3840억원 늘어났고, 신재생에너지 예산 1668억원, 청년내일채움공제 관련 302억원, 고용유지지원금 사업 관련 493억원도 증액됐다.

▶ ‘5년간 74兆 감세’ 세제 개편안도 곳곳에서 파열음=정부가 조세 부담을 완화해 경제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내놓은 ‘감세안’도 원안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한 해 약 15조원, 향후 5년간 약 74조원가량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지만, 최대 쟁점인 법인세 인하·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상속세 개편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세법 개정안이 줄줄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25→22%)하면 투자·고용 증가 등 효과가 사회 전반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이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든다. 하지만 민주당은 과거 이명박(MB)정부에서 주장했던 이른바 ‘낙수효과’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소수 대기업의 이윤추구 극대화를 위한 부자감세’라고 맞서고 있다.

‘개미’들의 관심이 뜨거운 금투세 유예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여당은 주식시장 위기 상황에서 시장을 더 침체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과세를 2년 유예하자는 입장이고, 야당은 이미 충분한 유예기간이 부여된 만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최근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 및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철회를 조건부로 유예안을 받을 수 있다는 진전된 입장을 내놨지만, 정부 측이 ‘불수용’ 입장을 고수하면서 논의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기재위 조세소위는 지난 22일 금투세 및 법인세법 개정안 심의에 돌입했지만, 이 같은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4시간 만에 산회했다.

종부세도 입장차가 선명하다. 여당은 지난 정부에서 ‘똘똘한 1채’ 선호 현상이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컸던 만큼 ‘주택 수’에 따른 차등 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하고, 세 부담 상한을 현행 최고 300%에서 150%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정부 개편안이 다주택자에 대한 조세감면으로 주택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지방 저가주택을 중심으로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업상속공제’를 담은 상속세법의 경우, 국민의힘은 세대 간 기술·자본 이전 촉진을 통한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적용대상 및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제도 개편으로 새롭게 대상이 되는 중견기업 수가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중견기업(5007개)의 6.3%(313개)에 불과하다며 “부유층의 자산 세습을 위한 개편”이라고 맞서고 있다.

배두헌·신혜원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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