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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내일 또 얘기해줄게
최근 필자의 수업 시간에는 다양한 영화가 함께한다. 신경인지장애 중 하나인 ‘치매’에 관해 공부하던 중 관련 영화에서 증상의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장면을 보는 학생들의 눈가가 촉촉해지고 발표하는 학생의 목이 메어온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에서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9’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 환자 수는 75만488명으로 추정되며 치매 유병률은 10.2%로 나타났다. 즉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치매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4년에는 100만명, 2039년에는 200만명, 2050년에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었다.

유형별 구성 비율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전체의 76.04%, 그다음은 ‘혈관성치매(8.57%)’가 차지했다. 그 외에도 파킨슨병 증상이 많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인 ‘루이체 치매’, 행동과 인격의 변화 또는 언어장애가 특징인 ‘전두측두엽 치매’가 있다.

치매는 항상 기억장애를 동반하지는 않는다. 특히 전두측두엽 치매의 경우 초기에 기억장애, 방향 감각 소실보다는 성격의 변화가 먼저 발생한다. 물론 치매의 특성상 병의 경과에 따라 다른 인지기능의 손상이 따르지만 다른 유형의 치매와는 달리 이상행동, 인격 변화가 두드러진다. 그래서 초기에 다른 정신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다양한 치매 유형과 점점 증가하는 치매 환자의 비율은 가정 내에 치매 환자가 없는 우리에게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안한 존재임을 반영한다.

이러한 치매는 진행 정도에 따라 초기부터 말기까지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주로 ‘최근 기억의 감퇴’가 시작되는 초기에는 개인위생을 유지할 수 있고 비교적 사회적인 판단력은 통상적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점차 진행되면서 운전하기, 물건 사기, 음식 장만하기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보이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다소 필요로 하게 된다.

중기에는 초기 단계에서 보였던 기억력 감퇴, 언어 능력 등의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서 대체로 사회적 판단에 장애가 생긴다. 이 시기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을 혼동하기 시작하고 익숙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치매에 걸린 주인공이 열연하게 되는 장면도 이러한 증상이다.

말기단계에는 모든 지적 능력이 심하게 손상돼 일상생활 능력이 심하게 감퇴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스스로 식사할 수 없게 되면서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서 지내거나 혼자서 웅얼거릴 뿐 무슨 말을 하는지 그 내용을 전혀 파악할 수 없어 종국에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어느 순간 고령층에서 암보다 더 두려운 질병이 되어 버린 치매는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질환이다. 하지만 수업 시간을 통해 살펴본 모든 영화의 끝에는 가족과 배우자의 사랑으로 어려운 과정을 함께 헤쳐나가는 장면들로 순간의 빛을 선사한다. 그 중 ‘카시오페아’라는 영화에서는 치매에 걸려 딸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에게 어린 딸이 이렇게 말한다. “잊어도 괜찮아. 내일 또 얘기해 줄게”라고 말이다. 이런 마음으로 다음 시간에는 단계별 치매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까 한다. 

김은성 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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