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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평대 박물관’으로…팬데믹이 바꿨다, ‘패션 편집숍’ 세대교체 [언박싱]
과거 스몰 럭셔리 부티크 아닌
100평대 브랜드 아이덴티티 박물관으로
상품 판매부터 아트 갤러리·도슨트 프로그램 운영
“코로나19 이후 더 강력한 오프라인…문화적 경험 집중”
지난 9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문을 연 무신사의 ‘엠프티’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새로고침’ 하는 가운데 특히 패션 편집숍이 눈에 띄게 변모하고 있다. 과거에만 해도 패션 편집숍은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해외 컨템포러리 또는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를 국내에 론칭하기 전에 소개하는, 테스트 시장 성격이 강한 부티크 스타일의 스몰숍이었다.

하지만 이제 패션 편집숍은 고객이 관심을 쏟을 만한 브랜드로 독보적인 분위기를 경험하게 만드는 3~5층 규모의 ‘아이덴티티 박물관’으로 변모했다. 한 개 층을 통째로 아트 갤러리나 VIP 라운지로 활용하거나, 브랜드 역사를 살펴보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할 정도다. 온라인 편집숍에서 1차 검증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면적도 늘었다. 이렇다 보니 패션 편집숍은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은 ‘멀티 브랜드 편집숍’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로 불리기 시작하고 있다.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오픈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ZIP739’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오픈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ZIP739’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실제로 패션기업들이 콘셉트나 톤 앤 매너가 유사한 여러 브랜드를 묶어 공간적으로 풀어내는 100평대 규모의 편집숍을 줄줄이 오픈하고 있다. 지난 9월 무신사가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엠프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20일 서울 한남동에 오픈하는 ‘ZIP739’가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백화점 매장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20·30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다.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 패턴이 강화되면서 특히 편집숍은 유행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판매노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패션 편집숍이 아닌, 거대한 아트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습니다.” 패션 편집숍 공간을 기획·설계한 책임자들이 이같이 입 모아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엠프티 1층 벽면에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야기를 알려주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돼 있다. 텅 비어 있는 공간에 개성 강한 스타일링을 한 23명의 모델들이 차례차례 등장해 가구와 소품을 채우는 영상이 화면 가득히 펼쳐지자 시선이 닿을 수밖에 없었다.

ZIP739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여성복 브랜드인 구호, 르베이지, 구호플러스, 코텔로 등이 한 데 모였다. 각 브랜드의 단일 매장이 아닌 여러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숍을 구성, 젊은 감성의 고객에게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로 다가가는 ‘핫플레이스’로 만들기 위해서다. 박영미 여성복사업부장은 “차별화된 공간 접목으로 K-패션은 물론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편집숍의 개념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라며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은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곳과 그럼에도 방문해야 하는 곳을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몰에서도 명품이나 디자이너 브랜드를 손쉽게 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편집숍을 찾아온 고객들에게는 특별한 정서적 만족감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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