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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차’가 쐈다… 표현의 자유 논란 [정치쫌!]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표현의 자유 논란에 불지펴
尹 정부, 시상한 단체 ‘엄중경고’… 尹 대통령 ‘언급 대상 아냐’
한동훈 “나랑 닮은 것 같기도”… 野 인권위 진정 제기
한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풍자 만화(왼쪽)와 원작자 브라이트가 그린 풍자만화. 국민의힘은 ‘표절이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원작자는 ‘표절이 아니다’고 했다. [사진=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풍자한 1컷짜리 만화 한편이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 논란에 불을 지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언급할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만화 행사에 돈을 댔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시상 단체에 ‘엄중경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표절이 문제’라고 했다. 표절을 ‘당한’ 원작자는 “표절이 아니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은 ‘혐오 확산에 반대한다’고 했다.

‘윤석열차’가 본격적으로 널리 알리지기 시작한 것은 4일 오전부터다. 한 매체는 제목에 ‘단독’을 붙여 윤석열 정부를 풍자한 한컷짜리 만화가 정부가 후원한 행사에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이 한컷짜리 만화는 윤 대통령의 얼굴을 유명 만화 ‘토마스 기차’ 앞머리에 그리고,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기관차칸에 타고 객실칸에는 칼든 검사들이 뒤따르고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달리는 기차에 사람들은 놀라 달아나고 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아직 고등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그 학생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차’에 올라 앞 좌석에 구두를 신은채로 발을 올리고 있는 장면을 보고 그림을 그려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실제로 한컷짜리 만화 우측 하단의 ‘윤석열차!’ 라고 쓰여진 부분 상 느낌표의 자세한 모양을 보면 느낌표가 아닌 구두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차’를 실제로 선거 운동에 활용한 바 있다.

평범한 고등학생의 풍자 만화 한컷이 본격적으로 이슈화 되기 시작한 시점은 4일 오후부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한다.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행사를 알리는 공고문에는 별도로 ‘정치적 풍자는 금지한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은 정해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문체부가 과잉 대응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본격적으로 해당 만화 한 컷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국정감사 기간중인 국회에서 해당 만화에 대해 여야가 편이 갈려 갑론을박을 하기 시작하면서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도읍 법사위원장(가운데)과 정점식 국민의힘 간사(오른쪽),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문체부에서 정치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 학생이 2019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비판하는 정책 카툰을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라며 “학생이 정치적 색깔을 너무 드러낸 그림 아니냐”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저 그림 자체가 얼마나 현실을 오도하고 왜곡하고 대통령 말씀이 왜곡되고 비속어를 억지로 끼워 넣는 식이냐”라며 “학생 만화 공모를 주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부천시 소속이지만 국가 예산 102억 원이 지원되는 곳이다. 저런 행사에서 저런 그림이 학생들에 의해 그려지는 대한민국 현실,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 풍자만화가 표절이냐 아니냐 시비가 있는데,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떠올려보면 이 만화는 완전한 창작으로 보인다”며 “어떤 고등학생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권력자 부인에겐 너그럽다 못 해 한없이 관용적인 태도”라고 맞받았다.

‘윤석열차’ 만화에 대한 표절 논란은 원작자가 ‘표절이 아니다’고 밝히면서 일단락 됐다. 원작자로 알려진 영국 만평가 스티브 브라이트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 기자 라파엘 라시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해당 고등학생 작품이 절대 표절이 아니고, 오히려 상당한 실력을 갖춘 뛰어난 학생”이라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브라이트는 “이 학생은 어떤 형태로든 내 작품을 표절하지 않았다. 작품에 나타난 유사성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 의도한 것이 아니다“며 “우연의 일치로 발생하는 유사점은 만화계에서 항상 일어난다”며 “내 관점으로 그 학생은 잘못한 것은 전혀 없으며 그의 펜과 붓을 사용하는 실력은 칭찬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만화 한컷에서 시작된 표현의 자유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문체부가 ‘윤석열차’에 경고 조치를 한 것이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문체부의 경고 조치는 수상자인 고등학생의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다. 정치 풍자 작품을 선정했다는 이유로 경고하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표현의 자유도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오전 용산 청사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해당 만화에 대해 “그런 문제에 대통령이 언급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저기 뒤에 있는 검사가 저랑 좀 닮았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윤석열차’라는 표현 대신 ‘토마스 기차’란 표현을 썼고 “이 그림을 보면서 혐오와 증오의 정서가 퍼지는 것 자체는 반대한다. 표현의 자유엔 들어가지만 제가 심사위원이었으면 상을 줘서 응원하거나 그러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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