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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미군기지촌 성매매 조장 국가배상책임 인정

정부가 과거 주한미군 ‘기지촌’을 운영하며 성매매를 조장한 데 따른 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9일 기지촌 여성 A씨 등 9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정부의 위법행위로 인해 인격권 내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법한 격리수용치료를 받은 일부 원고들의 경우 이와 별도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1957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 주한미군 주둔지 근처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한 성매매를 했다. 이들은 정부가 기지촌을 조성해 관리·운영하고, 성매매를 조장하는 등 국가의 보호 의무를 위반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또한 당시 정부가 성병에 걸린 여성들을 폭력적으로 관리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 등은 기지촌 여성 1명당 1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당초 소송엔 120명이 참여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일부가 소를 취하하며 소송 인원이 줄었다.

1심은 성병으로 강제 격리됐던 57명에게만 정부가 5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가 기지촌을 조성하고, 각종 정책을 통해 관리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가에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단 이유만으로,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의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할 순 없단 설명이다. 다만, 성병 환자를 격리수용할 수 있게 한 전염병 예방법 시행 전인 1977년 이전에 여성들을 수용소에 격리수용한 행위는 위법이라고 봤다.

반면 항소심은 국가가 기지촌을 설치하고 관리한 것도 위법으로 인정했다. 항소심은 기지촌 여성 74명에겐 700만원을, 43명에겐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정부의 손해배상 인원과 금액을 늘렸다. 항소심은 공무원들이 기지촌을 운영하면서 교육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지촌 여성들의 성매매를 정당화하거나 조장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1심과 마찬가지로, 성병에 걸린 여성들을 수용소에 격리하고 의사 진단 없이 페니실린을 투약한 것도 위법이라고 봤다. 박상현 기자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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