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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초’의 시도 사무엘 윤·김기훈 “클래식 대중화 돌파구 되길”
마포아트센터 듀오콘서트 ‘도플갱어‘
한 가곡 나눠 부르는 이색 시도
클래식 대중화 돌파구 됐으면
19년의 시간을 건너 뛰어 사무엘윤, 김기훈은 서로의 도플갱어가 됐다. [마포아트센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년의 시간을 건너,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은 도플갱어가 됐다. ‘한국인 최초’의 수사가 따라 다니는 두 성악가. ’바이로이트의 영웅‘으로 불리는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50)과 지난해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아리아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리톤 김기훈(31)이다. 베이스 바리톤과 바리톤, 저음역대의 두 성악가의 만남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최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사무엘 윤은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의 도플갱어로 변신하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마포문화재단의 ‘M클래식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듀오 콘서트 ‘도플갱어’(9월 27일·마포아트센터)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정적인 가곡을 오페라로 만드는 무대예요. 28년 동안 전 세계에서 공연을 하면서 웬만한 레퍼토리는 다 해봤는데, 이번에 준비한 무대가 제일 힘들었어요. 세계적으로도 시도하지 않은 콘셉트라 부담이 되기도 하고요.” (사무엘 윤)

무대는 독특하다. 기존의 성악 공연과 달리 음악극 형식으로 꾸몄다. 두 사람은 보통 한 명의 성악가가 부르는 가곡을 나눠 부른다. 이 가곡엔 연극적 요소까지 더했다. 공연에선 슈베르트의 ‘도플갱어’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내일’까지, 총 8개의 독일 가곡을 부른다. 가곡들은 “절망적 상황에 처한 한 남자가 희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했다.

공연을 기획한 사무엘 윤은 “무대 위에서 한 몸처럼 부르기 위해 노력했다”며 “노래 속 시어를 통해 같은 호흡을 느끼고, 그것에 대한 소중한 생각이 공유되는 순간 도플갱어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기훈은 “성악가로서 잘할 수 있고 편안한 아리아로만 전체 공연을 꾸몄다면 전형적인 성악 무대가 됐겠지만, 이번엔 처음 시도하는 작업으로 독특한 무대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19년의 시간을 건너 뛰어 사무엘윤, 김기훈은 서로의 도플갱어가 됐다. [마포아트센터]

사실 가곡을 두 사람이 부른다는 것은 파격적인 시도다. 이들은 “저음 성부의 두 성악가가 소화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워낙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던 중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사무엘 윤은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며 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기존의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클래식이 조금 더 대중화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누구도 하지 않은 도전이기에 위험부담도 적지 않다. 김기훈은 “가곡은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음악인데, 꽤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배의 이야기를 듣던 사무엘 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지루할 수 있는 레퍼토리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시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클래식이 더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고요.” (사무엘 윤)

세계 무대를 이끄는 두 성악가가 처음 만난 것은 2015년이었다. 사무엘 윤이 진행하는 마스터 클래스의 뒷풀이 자리에서 처음 만난 것이 긴 인연으로 이어졌다. 김기훈은 자신보다 앞서 길을 가는 사무엘 윤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 상담을 많이 나눴다. 그는 지난해 성악 콩쿠르의 ‘끝판왕’인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숱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2019년 차이콥스키,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으나, 그는 “큰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낼 때마다 꼭 슬럼프도 함께 찾아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음악을 그만하고 싶을 만큼 큰 슬럼프를 겪고 나서 한층 더 성장하는 과정을 겪었다. 그 덕에 자만하지 않고 처음처럼 음악을 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9년의 시간을 건너 뛰어 사무엘윤, 김기훈은 서로의 도플갱어가 됐다. [마포아트센터]

사무엘 윤은 1999년 독일 쾰른 극장의 수습 단원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 2012년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 개막작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주인공을 맡으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지난 5월엔 독일 정부가 전설적인 가수에게 수여하는 ‘궁정가수’ (캄머쟁어)칭호를 받았다. 올해 3월엔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 후학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김기훈은 “사무엘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20년 후 나도 저런 모습일 수 있을까, 그 때에도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오페라를 대하는 태도가 저렇게 진지하고 열정적일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며 “선생님을 통해 미래의 나를 투영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무엘 윤은 “사실 20년 전의 난 (김)기훈이처럼 노래를 잘 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공감하고 공유하며 찾은 시적인 호흡과 언어에 대한 해석은 나이차와는 상관없었다. 음악가로 어려웠던 경험을 담아 우리에게도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다는 주제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두 성악가는 실험과 도전에 주저함이 없었던 이번 무대를 통해 클래식 대중화의 첫 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클래식 음악의 관중수가 많이 줄었다는 것은 음악계 관계자들인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에요. 클래식의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어요. 무작정 새로운 것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가곡을 통해서도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무엘 윤)

“클래식은 듣는 것에만 익숙한데, 이젠 SNS의 발달로 보이는 시대가 됐어요.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닌 ‘보이는 클래식’의 시도도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SNS나 유튜브를 통해 보는 클래식으로 니즈를 충족하듯 새로운 시도가 필요해요. 이런 시도를 통해 일반 대중이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기훈)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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