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24일 전남 진도군 고군면에서 열린 왜덕산 위령제에 참석 “일본은 한때 여러분들에게 큰 고난을 안겨줬다”며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가 명량해전 때 목숨을 잃은 왜군들의 무덤이 있는 왜덕산에서 열린 위령제에서 분향 뒤 합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4일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진도군 고군면에서 한국 진도문화원과 일본 교토평화회가 공동 주관한 왜덕산 위령제에 참석 추모사를 통해 “우리의 죄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이 더는 사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한때 여러분들에게 큰 고난을 안겨줬다”며 “고통 받은 여러분의 마음이 사죄만으로 치유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425년 전 명량해전에서 목숨을 잃은 일본 수군들을 진도 주민들이 묻어줬다”면서 “생명 앞에서는 적군도, 아군도 없이 따뜻하게 대해준 사실을 일본인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충분히 배우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진도군 고군면 내동마을에 자리한 왜덕산에는 1597년 울돌목에서 벌어진 명량해전 때 숨진 왜군들의 시신이 묻혀 있다.

당시 진도 백성들은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변으로 밀려온 100구가 넘는 왜군들의 시신을 거둬 야산에 묻어줬다.

왜덕산이란 이름도 ‘왜인들에게 덕을 베풀어줬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작년 11월 왜군들이 전리품으로 가져온 조선인들의 귀와 코를 묻은 무덤 위령제에 참석해서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방미 출장중인 김영록 전남지사도 하토야마 전 총리의 사죄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기원한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이를 계기로 일본은 자국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를 진심으로 사과하고 한일 양국 간 화해와 공존의 분위기를 확대 조성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다지길 바란다”며 “한일 간 역사인식을 공유하고 한일 평화 교류가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왜덕산 위령제에는 하토야마 전 총리와 김희수 진도군수 등 한일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