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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집값 트라우마와 '헤어질 결심'

마치 신기록 제조기 같다. 연일 떨어지는 집값 이야기다. 급감한 거래량은 역대 최소 기록을 매달 갈아치우고 있고, 집값 하락폭도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던 집값 소식을 전한 게 엊그제 같은데 분위기가 이토록 급반전하리라고 과연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가격상승폭이 컸던 만큼 집값 조정폭이 커지는 건 어찌 보면 상식적인 일이다. 다만 이 대목에서 정부의 현실 인식과 대응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넉 달이 지나고 있지만 적어도 부동산정책에서는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싶다. 혹여라도 집값을 자극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시장의 눈치를 보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는 주무 부처인 국토부 장관의 집값 발언에서 뚜렷하게 감지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2021 회계연도 결산심사에 참석해 “서울의 경우 (가구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18배에 이르러 금융위기 직전 8배보다 높고, 금융위기 직후 10배보다도 지나치게 높다”며 “10배가 적정 기준이라고 말하기엔 섣부른 면이 있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 하향 안정화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집값이 30%는 더 빠져야 적정 수준일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워낙 급등했기 때문에 조금 하향 안정화시키는 것이 맞다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시장의 변화에 따른 선제적 조치와 후행적 대응 사이에서 여전히 정부는 후자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연히 선제적으로 규제를 풀다 집값이 재차 불안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언급이 전해지자 시장 참여자들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하락 기조가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가득한데 여전히 정부의 인식이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지적이다. 현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이들은 정부가 이야기하는 집값의 하향 안정화가 아닌, 자칫 경착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한다. 리세션(경기침체)에 따른 소득 증가세의 둔화, 연일 치솟는 시장금리, 집값의 하방 안전판을 제공하던 전세 가격의 약세 등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우려할 만한 변수들이 산적하다. 밤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또다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연말까지 금리를 두 번 더 가파르게 올리겠다는 신호도 보냈다. 한국은행도 뒤따라 금리를 올릴 게 확실하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시장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집값 불안 가능성보다는 하방 압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말이다.

시장의 본질적인 색깔 자체가 달라졌다.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전환해야 할 타이밍이다. 더는 집값 폭등에 휘청이던 지난 정부의 부동산 트라우마에 사로잡혀선 곤란하다.

전날 지방 지역에 대한 규제를 전면 해제하며 시장침체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점은 그나마 위안이 되는 대목이다. 부디 정책당국자의 머리에서 지난 정부의 기억을 지우길 바란다. 우물쭈물 하다가는 내년 예상치 못한 주택시장의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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