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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만의 장기 출장...귀국 보따리에 ‘뉴삼성’ 신구상 있을까 [글로벌 경영행보 마친 이재용]
이 부회장 앞길 ‘3대 과제’ 주목
북중미·유럽 출장 소화...2018년 이후 최장
박람회 유치 지원·글로벌 사업 등 집중 점검
신사업 기회 발굴·글로벌 네트워크 복원도
회장 취임·컨트롤타워·지배구조 개편 등 현안
멕시코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 중인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에 가장 긴 장기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하면서 복권 후 첫 글로벌 경영 활동을 마쳤다. 22번째 공식 해외출장지로 멕시코와 파나마, 캐나다, 영국 등을 선택한 이 부회장이 북중미와 유럽 등 2개 대륙을 다녀온 것은 5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광복절 특별복권 이후 활발한 대외활동 및 이번 출장을 통해 ‘뉴 삼성’ 비전을 실현할 전략들을 모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컨트롤타워와 지배구조 개편 등 굵직한 현안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엑스포·신사업 점검 투트랙 여정=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짓고 이날 귀국한다. 이번 출장은 대외 공식 출장 중 지난 2018년 10월 이후 가장 긴 일정으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한국을 떠난 이 부회장은 이날까지 14일의 일정을 소화했다. 가장 길었던 것은 2018년 10월 3일부터 20여 일 간 진행됐던 유럽과 북미 출장이다. 당시 독일과 캐나다 등을 돌며 전장사업 및 인공지능(AI) 사업 확대를 구상했다.

그해 3~4월에도 글로벌 사업 점검차 북미와 유럽을 17일 간 다녀왔다. 올 6월 네덜란드, 벨기에 등을 방문한 유럽 출장과 지난해 11월 북미 출장은 각각 12일 일정으로 이번 출장보다는 짧았다. 유럽 출장에선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북미 출장에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파트너사들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이번 출장에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한편 글로벌 사업을 점검하고 신사업 기회 발굴,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서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박람회 지지를 요청했다. 현지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 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고 전장(자동차 전자장비)기업 하만을 찾아 지역 전장사업도 점검했다.

파나마에서도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박람회 지지를 요청하고 현지 법인 직원들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이후 캐나다를 거쳐 영국을 방문, 리즈 트러스 총리와의 만남, 주요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논의 등이 거론됐으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으로 변수가 생겼고 공개 행보가 제한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박람회 유치 지원과 해외 직원 격려 활동 등의 성과 외에도 ‘뉴 삼성’,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음)’를 위한 전략을 차분히 모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25일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의 2주기를 보내며 승계 3년 차를 맞은 이 부회장은 불확실한 대외여건과 더불어 반도체와 바이오,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그룹 주력산업에서의 경영환경 변화를 마주하고 있어 본격적인 경영활동의 ‘큰 그림’이 다시 한 번 필요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 최후변론에서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삼성을 만들겠다”며 “이것이 기업인 이재용의 일관된 꿈이며, 나의 승어부”라고 말한 바 있다.

▶귀국 후 ‘3대 현안’ 어떻게...여전한 ‘사법리스크’=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22~23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등과 관련해 재판이 예정돼 있다. 지난 15일에도 재판 일정이 있었지만 불출석을 신청해 장기간 출장이 가능했다. 이번 출장 일정을 마무리한 것도 2번이나 재판에 불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 고려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귀국 후 이 부회장은 ▷회장 취임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지배구조 개편 등 3대 현안에 대한 해법들을 하나씩 찾아나갈 전망이다.

회장 취임은 특별복권으로 경영 참여가 가능해지며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미등기임원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등기이사가 되는 방법과 등기이사로 복귀한 이후 회장에 취임하는 방법 등이다.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중 오너가 회장이 아닌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취임은 사장단 인사를 고려해 11월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기점으로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여론 등을 고려해 시기를 미루며 신중한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복원에 대해선 안팎으로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현재는 삼성전자(사업지원TF), 삼성생명(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EPC경쟁력강화TF)가 별도로 운영 중이다. 과거와 같은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선 권한과 실체에 당위성을 갖는 법적 요건 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맞물린 전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역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 가의 소유 지분이 많은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하고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삼성그룹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외부 기관에 용역을 맡겨 컨설팅을 진행 중이며 내부 지배구조 개편 논의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희 준법감시위원장도 연초 취임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 추진 사안으로 언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결정은 회사가 하겠지만 준법위가 방향을 제시하고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법한 부분이나 리스크 여부에 대해 면밀히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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